월드컵 대표선수 23명에게 출전 기회는 공평하지 않다. 전력의 핵심으로 중용될 선발 멤버나 경기 흐름을 바꿀 조커는 선택받은 선수다. 같은 자리에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고는 벤치에 머물 수밖에 없는 선수도 있다. 골키퍼 3순위 후보인 이범영(25·부산)도 그런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이범영은 훈련이 없는 오전에도 숙소 내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드레드밀 위를 달리며 체력을 단련했다. 오후에는 민첩성을 기르기 위해 장애물 넘기를 반복했다. 김봉수 골키퍼 코치(44)의 조련 아래 공인구보다 작은 '스킬볼(skill ball)'을 막기 위해 수십 번씩 몸을 날리는 동작도 반복했다. 그는 "한 번 훈련할 때마다 몸무게가 1.5㎏씩 빠졌다 돌아오곤 한다"고 했다. 같은 강도로 훈련한 정성룡(29·수원)과 김승규(24·울산)에 비해 체중이 확연히 줄었다는 점에서 경쟁을 대하는 집중력과 부담감을 읽을 수 있다.
월드컵 최종 명단은 2002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23인 체제로 굳어졌다. 각 자리마다 2배수를 선발하던 관행을 유지한 가운데 골키퍼만 한 명 늘렸다. 부상 위험이 높고 필드 플레이어와 달리 대체 선수를 활용하기 힘든 특수 포지션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홍 감독은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의 도움이 훨씬 중요하다. 그들의 역할을 더 높이 평가한다"며 분발을 당부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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