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 · 세계 주요은행 대부분 과점 체제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계획대로 우리은행의 지분 30%를 일반경쟁입찰로 한 곳에 매각하게 되면 국내 시중은행에 단일 지배 주주가 생기는 첫 사례가 된다. 현재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기관투자자 위주의 과점 형태 소유구조를 가지고 있다. KB금융지주ㆍ신한금융지주ㆍ하나금융지주 모두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고 지분율은 각각 9.96%, 8.81%, 9.95%로 10% 미만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30% 일반경쟁입찰과 10% 미만 희망수량경쟁입찰을 선택한 것은 가능한 한 정부지분을 최대한 고가에 매각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경영권을 원하는 곳에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하는 한편 소수 지분만을 원하는 재무적 투자자를 모두 참여시켜 민영화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10% 이상을 원하는 곳은 경영권 확보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30% 이상 일반경쟁입찰 방안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실상 10% 미만과 10% 이상으로 나눈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10% 이상에서 의미 있는 수치 중 특별결의를 저지할 수 있는 선이 30%이기 때문에 30%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30% 이상을 최소 물량으로 정하면 일반경쟁과 희망수량경쟁에 큰 차이는 없다"며 "30% 이상 일반경쟁이 유찰되면 10% 미만으로만 지분을 팔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30%를 한꺼번에 인수할 곳이 마땅치 않아 유찰될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주인'을 찾아주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우리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곳으로는 교보생명이 있지만 30%를 한 번에 인수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고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들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에 꼭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30% 이상을 가져가는 지배 주주가 없더라도 10% 미만 지분을 인수한 과점주주들이 각각 사외이사를 파견해 경영을 견제하면 보다 건전하고 튼튼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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