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11억 기부를 보는 다른 시선…김영란, 전수안은 변호사 개업 포기
대법관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판사와 검사 등으로 공직에 몸담고 있다가 대법관이 된 후 퇴임했을 때 누구나 고민하게 마련이다.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는 대형 법무법인에서 대법관 출신을 모셔가기 위해 혈안이다.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치솟게 마련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2010년 10월 대법관에서 물러난 뒤 변호사 개업이 아닌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의 길을 선택해 법조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학생들을 가르쳐 법학 교육의 기초를 다지는 일에 삶의 의미를 둔 것도 선택의 원인이지만 그것보다는 ‘전관예우’ 관행에 편승하지 않겠다는 뜻이 반영된 결과다. 김영란 전 대법관의 행동을 놓고 ‘아름다운 선택’이라는 평가가 뒤따른 것도 이 때문이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대법관에서 물러난 1년 뒤 ‘안대희 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그는 지난해 5개월 동안 16억원을 번 것으로 드러났다. 산술적으로 따진다면 1년이면 40억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대법관 출신이 변호사로 개업하면 3년에 100억원을 번다는 얘기가 소문만은 아닌 셈이다.
안대희 후보자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4억 7000만원을 기부한 일도 있다. 일반인은 만져보지 못할 거액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선택은 평가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김영란, 전수안 전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선택과 비교한다면 평가는 또 달라진다. 안대희 후보자가 거액을 기부한다지만 다시 변호사로 돌아가 몇 개월만 일하면 그 정도 금액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감동’이 반감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법관 출신이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것이 부도덕하고 나쁜 일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 다만, 대법관 출신이 거액을 거둬들일 수 있는 까닭은 뿌리 깊은 ‘전관예우’의 관행 때문이라는 것은 법조계의 상식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다.
‘대박의 유혹’ 앞에 초연했던 김영란 전 대법관 같은 인물에게 ‘아름다운 선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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