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두 달 전 '무공천'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 명분이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이제는 '공천'을 놓고서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날로 심해지는 분위기다. 급기야 당의 수석대변인이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에게 "당을 떠나라"며 사퇴를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면 아래 있던 공천 갈등에 불씨를 당긴 것은 당 지도부가 개혁 공천이란 미명하에 밀어붙인 6ㆍ4 지방선거 광주시장 전략 공천이었다. 호남 지역에 국한됐던 갈등의 불똥은 세월호 사고 수습이 한창일 때 안산시장 후보를 또 한 번 전략 공천하면서 전국 단위로 튀었다.
공천에 대한 불만은 결국 1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폭발했다. 이날 의총의 주요 안건은 세월호 후속 조치와 관련한 것이었는데 난 데 없는 지도부 퇴진 요구가 잇따른 것이다.
이 대변인은 "두 대표는 자기 지분을 챙기기 위해 납득할 수 없는 지시를 해 왔다"며 "안 대표는 진정으로 새정치를 하려고 한다면 대통령 출마에 대한 기득권을 버리는 모습을 먼저 보여달라"는 취지의 강도 높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이 '작심 발언'을 한 것은 전남도당 공천 작업 중에 안 대표 측 인사와 공천권을 두고 마찰을 빚은 것에서 비롯됐다.
정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각 시ㆍ도당 공심위가 안 대표 측 생떼쓰기로 쑥대밭이 됐다"며 "두 대표의 퇴진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의총장에서는 고성까지 오가며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을 연출했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불협화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 이유로는 김ㆍ안 대표의 소통 능력 부재를 꼽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또 다른 의원은 "김한길 대표 때도 그랬지만 안철수 대표가 합류하면서 불통은 이미지처럼 굳어졌다"며 "두 대표가 직접 나서 일일이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골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안 대표는 당심(黨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원칙적인 말을 되풀이 했다. 전날 의총장 앞에서 안 대표는 "공천이라는 게 정치인에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 이견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이 정도의 공천 잡음은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상적 수준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안 대표를 앞세워 비난의 화살에서 비켜서 있는 김 대표의 무책임을 질타하는 의견도 있다. 한 당직자는 "김 대표는 몇 달 전만 해도 경질론이 뜨거울 때 안 대표와 무공천을 명분으로 합당하면서 기사회생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안 대표 뒤에서 뒷짐 지고 있다는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 지도부 측 관계자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어찌 됐든 우리 손으로 뽑은 당 대표인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는 지도부에 좀 더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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