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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실망한 피해 가족들 "청와대로 가자" 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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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진도 실내체육관에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다.

19일 오전 진도 실내체육관에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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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전남) =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여기에선 답이 안 나온다. 청와대로 가야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 나흘째인 19일 오전 진도 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현재 갈수록 희박해지는 생존 가능성과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 오락가락하는 발표 등에 실망한 나머지 지쳐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며 청와대 앞으로 가서 시위를 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체육관에는 적막이 흘렀다. 뜬눈으로 밤을 새며 현장 상황을 지켜본 탓인지 실종자 가족들의 얼굴엔 모두 지친 표정이 가득했다.

때마침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송되던 뉴스에서 "오후에 기상상태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앵커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자 실종자 가족들의 입에선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오전 7시가 조금 넘어 구조대가 창문을 통해 객실 안에 있는 시신 3구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장내 분위기가 다소 술렁댔다. 실종자 가족들은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냐", "살아있는 사람은 없었냐"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잠시 후 구조대가 객실 내부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자 가족들은 다시 절망에 빠져들었다.
19일 오후 3시50분께 진도 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상황판의 모습

19일 오후 3시50분께 진도 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상황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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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쯤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이 나타나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최 차장은 이날 새벽부터 오전 10시까지 이어진 수색작업 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진행될 구조작업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최 차장은 "민간 잠수부가 창문을 통해 4층 객실에 있는 시신 3구를 발견했다"며 "현재 파고가 0.5~1m로 구조 활동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객실 안으로 진입하는데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최 차장의 브리핑은 그러나 가족들을 안심시키기는 커녕 지지부진한 구조작업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일으켰다. 실종자 가족들은 최 차장에게 "창문으로 살아있는 사람은 못 봤는가" "객실 안으로는 왜 못 들어가냐"고 따지듯 추궁했다. 듣기에 따라선 차라리 울부짖음이었다.

브리핑 이후 다소 감정이 격해진 한 학부모는 현장을 촬영하는 카메라기자를 향해 "여기 찍지 말고 현장으로 물러가라. 현장은 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오전 11시30분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해경 잠수요원을 동원해 촬영한 선체 침몰지역 수중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4시께 촬영한 약 30분짜리의 해당 영상에서는 한 해경 잠수요원이 진입선을 따라 세월호가 있는 바다 속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비쳐졌다. 잠수요원은 세월호가 눈 앞에 보이는 지점까지 도달했으며, 영상에는 선체에 달린 하얀 난간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 역시 실종자 가족들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해주기는 커녕 분노의 실마리가 됐다. 가족들은 20분 남짓한 해경 잠수부의 활동반경에 분노를 표출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선실 내부에 들어가 보지도 않고 줄만 잡다 나왔느냐"라며 "도대체 이게 무슨 구조활동이냐"라고 소리쳤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도 "20분밖에 안 되는 산소통 매고 뭐하는 짓이냐"라며 "이게 대한민국 해경의 기술력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 가족은 심지어 체육관 단상 앞으로 나와 "여기에선 답이 안 나오니 청와대로 가야한다"며 "대한민국은 답이 없다"고 외쳤다.

사고 첫날 대부분의 실종자 가족들은 반드시 구조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었다.

그러나 2~3일이 넘어가도록 늑장대응으로 일관하던 정부의 태도와 지연되는 수색작업으로 기대는 '분노'로 바뀌고 있다. 너무나도 무능한 작금의 대한민국에 느끼는 배신감과 슬픔만이 체육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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