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검찰 조사 때의 진술을 번복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며 동문서답을 이어갔다. 사건의 성격을 감안하면 긴장감이 감돌아야 할 방청석에선 끊임없이 실소가 터져나왔다.
'모르쇠' 진술보다 더 가관이었던 것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 직원이라는 점이 무색하게 유치한 말들을 늘어 놓는 것이었다. 재판장이 듣다 못해 몇 차례나 "답변 가능한 질문으로 판단되는데 같은 말을 반복하지 말고 질문에 맞는 답을 해달라"고까지 했으나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조사 받으러 갈 때 아노미 상태였다", " "검사님만 보면 얼굴을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사지가 떨린다"고 하소연을 했다.
법정에서 보인 국정원 직원들의 행태는 요즘 큰 파문을 낳고 있는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사건'과 겹쳐 국정원이 정예 정보기관이라고 생각했던 적잖은 국민들을 아연케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일하고 있는 기관에 대해 우리 국민은 수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것인가. 또 국가보안이라는 이유로 마치 성역처럼 그 운영을 철저히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인가.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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