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교수가 깬 이론에 '전략적 무역정책'이란 게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고 관세ㆍ비관세 장벽을 쳐서 특정 산업을 키우는 정책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1995년에 낸 책 '경제학의 향연'에서 "무역을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일종의 시합으로 보는 것은 통속적 견해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자동차 수입을 규제해 미국 내 자동차 회사 일자리를 하나 보장해 주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은 그 일자리가 제공하는 급여의 몇 배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 교수와 반대로 전략적 무역정책을 옹호한 학자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다. 그는 '사다리 걷어차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책에서 이 정책이 유효함을 사례를 들어 보여줬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지만 장 교수는 너무 나갔다. 그는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나라는 전략적 무역정책이 없이는 앞선 나라와의 교역에서 손해를 볼 뿐이라는 예정론을 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했다. 그는 "선진국과 FTA를 하면 우리에게 손해"라며 "양국간 자유무역을 하더라도 수준이 비슷해진 다음에 해야 우리가 득을 본다"고 주장했다.
또 한ㆍ미 FTA로 한국의 첨단산업 발전이 가로막히게 됐다고 우려했다.
크루그먼 교수와 장 교수는 견해도 상반됐지만 자신의 오류에 대응하는 방식도 대조적이다.
백우진 국제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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