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받아든 필통이며 학용품들은 액수로는 사실 얼마 안 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아빠가 "의무교육이란 게 이런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 것처럼 아이들을 위해 학교가 마련한 그 선물은 '의무교육'이 뭔가를 새삼 생각하게 했다. 아이들이 받은 것은 학교와 교육제도가 의무교육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더욱 온전히 다하려는 것의 표현이었다. 그 선물은 의무교육이란 법으로 취학을 강제하고 학비를 무료로 지급하는 것 이상의 의무가 있음을 일깨워주고 확인시켜 준 것이었다. 그것은 환대의 의무, 축복의 의무다. 호기심과 설렘 한 편에 육중한 교사(校舍) 앞에서 움츠러들기도 하는 어린이들을 학교가 온 정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의무다.
그렇게 받들어지고, 환대받고 귀한 대접을 받은 아이들은 너그러워지고 관대해지며 베푸는 법을 배울 것이다. 나누고 베푸는 일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학교가 그런 곳이라는 것을 익히게 해 주는 것, 그것이 부모와 어른들의 몫이라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의무교육을 완성시키는 진짜 의무일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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