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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바람 따라 제비 돌아오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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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한 마리가 땅에서 작은 나뭇가지 조각을 물더니 고개를 들어 머리를 주억거린다. 그걸 버리고 다른 나뭇가지를 물고 같은 동작을 짧게 반복하고는 또 놓는다. 세 번째로 집은 또 다른 나뭇가지는 맘에 들었는지 문 채로 어딘가로 날아간다.

지난 주말 달리러 나갔다가 천변(川邊)에서 본 모습이다. '비둘기 둥지는 본 적이 없는데, 비둘기도 둥지를 꾸미는구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도 도시 어디서든 제 영역인 양 느긋하게 뒤뚱거리는 비둘기들도 봄을 앞두고 제법 바빠졌다.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알을 따뜻하게 품고 새끼를 기를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엔 부지런을 떠는 것이겠다.
그 전 주말에는 한강 둔치에서 까치가 나뭇가지를 물고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까치는 주로 활엽수에 둥지를 튼다. 얼기설기 나뭇가지를 엮고 틈새는 진흙이나 풀 같은 것으로 메운다. 바닥에는 깃털이나 마른 풀, 천 조각 등을 깔아 알을 따뜻하게 하는 데 신경을 쓴다.

까치는 늦가을이나 겨울에 짝을 맺어 한 쌍이 2~3월 40여일에 걸쳐 둥지를 완성한다. 기존 둥지를 보수해서 쓰기도 한다. (권오길, 생물이야기-까치의 삶(8), 강원일보 2005.7.23)

무던해 적응력이 뛰어난 비둘기와 그악스러운 까치에 비해 제비는 이 삭막한 도시에서 지내기에는 너무 신사(紳士)인 것일까. 해마다 다가오는 봄은 강남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제비를 떠올리게 한다. 제비는 비둘기는 말할 나위도 없고 까치보다 우리 생활과 정서에 가까이 깃을 들였다. 흥부 집 처마에 둥지를 지었다가 박씨 물고 돌아온 제비에서부터 제비 꼬리 모양을 연상시키는 연미복, 아름답지 않다마는 유부녀를 춤 따위로 유혹해 금품을 뜯어내는 제비족까지….
둥지를 틀 곳이 마땅치 않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바닥에서 먹이를 구하기도 힘들어진 데다 요즘엔 중국에서 날아드는 미세먼지까지 극성이니, 날렵한 제비의 비행을 다시 감상하기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일까.

멕시코 민요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노래 '제비'는 "정답던 얘기 가슴에 가득 하고/푸르른 저 별빛도 외로워라"로 시작한다. 이어 "먹구름 울고/찬서리 친다 해도/바람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고운 눈망울 깊이 간직한 채/당신의 마음 품으렵니다"라고 노래한다.

봄이 이만치 다가온 요즘, 님을 그리워하는 이 노래를 제비가 돌아오기 바라는 가사로 바꿔 흥얼거려본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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