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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시간선택제 일자리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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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네덜란드 초등학교 교사 10명 중 6명은 시간제로 근무한다. 네덜란드 최대은행인 ING Bank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근로자는 전체의 18%인 3000여명에 달한다. 변호사, 외과의사 등 전문직에도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돼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해외사례 연구'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전체 고용의 37.8%가 시간제 고용으로 OECD 평균인 16.9%, 그리고 한국의 시간제 고용 비중인 10.2%보다 훨씬 높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네덜란드는 시간제고용 경제(part-time economy)라고 할 정도로 시간제 고용이 네덜란드 고용모델의 중심에 있다"며 "과거 남성외벌이 모델에서 부부맞벌이 모델로 전환하되, 남성 전일제, 여성 시간제라는 사회적 분업이 정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시간제 고용은 주 36시간 미만을 일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짧은 시간제 고용(주 1~11시간)은 주로 소매, 식당, 호텔, 청소, 우편서비스, 개인서비스등에 집중돼있고, 중간이나 긴 시간제 고용(주 12~34시간)은 상대적으로 널리 확산돼 있으나 주로 여성 지배적인 부문인 보건, 교육, 공공행정 부문 중심으로 정착돼있다.

네덜란드 역시 1970년대까지 남성외벌이 모델이 지배하던 사회로 시간제 고용의 비중과 일자리 질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아 노사정이 바세나르(Wassernar)협약을 체결하면서부터 바뀌었다. 바세나르 협약의 주요내용은 임금인상 자제, 노동시간 단축, 시간제 일자리 도입 등 78개 사항이다.
배 박사는 "1980년대만 하더라도 사용자측에서 시간제 고용의 도입 확대에 대해 난색을 표했으나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비생산적 시간을 줄이고 시간제 고용의 사용에 따른 비용 감소 및 내부화, 그리고 시간제 고용활용 방법을 개선해 나감으로써 점차 확산시켜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은행, 보험 등 금융 산업은 1주 전일제 기본 근로시간이 단체협약에 의해 36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ING Bank에서는 전체직원의 약 18%가 시간제로 일하고 있는데 시간제 근로를 하고있는 직원의 87%가 여성, 시간제 근로의 13%가 남성이다.

바인과 스텔(Wijn & Stael Advocaten) 법무법인은 33명의 변호사 가운데 14명이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주 4일 근무가 보통이다. 20여년 전만해도 여성 파트너변호사가 단 한명도 없었고 시간제 근무도 없었지만 2006년 이후 시간제가 확산됐다.

암스테르담 남쪽에 있는 치켄휘스 암스텔란트(Ziekenhuis Amstelland) 병원에서 근무하는 85명의 전문의 가운데 31명이 여성이고 그 가운데 3분의 2가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초등학교 시간제 교사의 비율이 2012년 현재 전체의 59.1%에 달한다. 전일제의 80% 수준을 일하는 교사를 전일제로 인정했음을 감안할 때 높은 수치다.

네덜란드 노사는 단체협약에 계약된 근로시간(전일제 고용이든 시간제 고용
이든)을 초과해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배 박사는 "기업경영진이 초기에 강하게 반대했던 전일제 근로의 시간제 근로로의 전환과 시간제 근로에 대한 보호규제를 받아들이는 데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도 중요한 작용을 했다"며 "(정부의 의지가 없다면)시간제 고용의 질을 낮추어 시간제로 일하는 근로자들에 대해 더 적은 임금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노사가 전일제 근로를 시간제 근로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뒤, 정부는 시간제 고용에 대한 차별금지 법을 제정했고 이미 시간제 고용의 증가가 이뤄진 뒤에 시간제 고용에 관한 다른 노동법과 제도(근로자
들의 강한 근무시간 단축청구권 등)가 갖춰졌다.

또 시간제 고용과 관련된 조세제도의 개편(2001년)은 가구에서 부차적 소득자(대개
여성)들의 한계 조세부담을 낮춰 여성들의 고용률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네덜란드는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던 다수의 여성 시간제 근로자들이 시간제 근로에 만족해 더 이상 노동시간을 늘리기를 원하지 않아 가구당 1.5인 고용(남성 전일제, 여성시간제)모델이 고착돼 성별 불평등을 지속시킨다는 지적을 받고있기도 하다.

또한 시간제 근로가 고용조건에 관한 한 전일제 근로와 동등한 권한을 부여받고 있으나, 훈련기회와 경력발전의 기회 측면에서는 더 낮게 부여되는 경향이 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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