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다중이용건축물에 대한 안전관리 법규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건축물의 안전이 관리자 개인의 판단에 따라 전적으로 좌우되고 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를 야기한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리조트 관리자들은 인근에서 같은 구조의 건축물이 붕괴돼 인명이 손실됐는데도 이용자들을 맞으면서 안전성 여부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건축법은 허가받을 당시의 목적대로 건축물을 유지·관리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용도를 바꿔 사용했을 때 강제이행금을 부과하는 게 법적 제재 수단의 전부다.
시특법은 5000㎡ 미만인 건축물은 안전관리 대상에서 제외해놓고 있다. 이에 연면적이 2만여㎡인 마우나오션리조트 본관 건물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정기점검을 받았으나 붕괴된 체육관은 규정에 따라 당연히 점검을 받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건축법은 인허가받은 대로 건축물을 유지·관리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라면서 "이번처럼 쌓인 눈을 치우지 않은 채 위험을 키운 건축주에 대한 유지·관리 소홀 문제를 처벌하는 조항은 담겨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수의 인원이 함께 이용하는 건축물의 부실관리에 대한 규정이 허술한 탓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소규모 건축물이라도 다중이용건축물이라면 정기점검을 하도록 하는 등 유지·관리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건축물 적설 하중에 대한 기준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어 14년 전 만들어진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건물 준공허가를 받을 때는 2000년 6월 제정된 건축물 하중 기준을 충족토록 돼 있다.
적설 하중 기준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과 춘천, 대구, 전주, 제주, 부산 등으로 1㎡당 지상 적설하중은 50㎏이다. 적설량 20~30㎝를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경주에는 따로 적설량 기준조차 없어 인근 울산과 포항의 건축 규정을 준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토부는 하중 등 건축기준을 2018년까지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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