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는 부드럽게, 신념은 분명하게' 신조…동료들과 소통원활 신임 두터워
권선주 내정자의 전문성과 소통 능력은 자타가 공인한다. 온화한 얼굴표정에 언제나 조곤조곤 얘기하는 스타일이지만 일에선 똑 부러진다. 금융위원회가 경제관료 출신이 거론되던 기업은행장에 권 내정자를 제청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태도는 부드럽게, 신념은 분명하게.' 권 내정자가 늘 강조하는 말이다.
권 내정자가 지점에서 카드 담당 대리로 일던 때였다. 카드 실적 보고서를 검토하던 지점장이 고객 명단을 훑어보더니 화들짝 놀라 그를 호출했다. 신규 고객 명단에 지점장의 아들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입장에서 카드 개설을 부탁했을 때에도 냉정하게 거절하던 아들이었다. 지점장이 권 내정자에게 어떻게 고객으로 만들었는지 물었다. 권 내정자는 "직접 찾아가서 안내서에 적힌 내용을 하나하나 꼼꼼히 설명했을 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권 내정자는 원칙에 충실하다. 그가 지점장 근무 때 일이다. 하루는 은행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와 억 단위의 고액을 맡겼다. 이런 일이 며칠간 계속됐다. 지점장 입장에서는 수십억원의 예금을 유치하는 게 실적으로 연결돼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권 내정자의 생각은 달랐다. 비정상적인 예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권 내정자는 조준희 현 행장에 이어 내부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행장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금융위 제청을 받은 권 내정자는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 이달 말에 은행장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권 내정자는 경기여고와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방이역 지점장, CS센터 센터장, 외환사업부 부장, 중부지역본부장, 카드사업본부 집행 부행장, 리스크관리본부 집행 부행장,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아왔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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