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자동차 등 환율에 민감한 업종 중심으로 수출이 부진해지는 양상이 뚜렷하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로 지난달 내수판매가 12%나 줄어든 가운데 해외판매도 1.3% 줄었다. 현대차의 해외판매가 감소한 것은 4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어제 증시에서는 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 3종목 주가가 각각 4.2%, 5.2%, 1.1% 떨어졌다. 원ㆍ엔 환율 급락과 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예비협상 개시가 투자자들 사이에 일본 자동차업계 경쟁력 강화에 대한 경계심리를 자극한 탓이다.
더 큰 문제는 엔화 약세가 꽤 오래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일본 정부와 통화당국이 양적완화를 더 강도 높게, 더 오래 계속할 방침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무역협회장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기업들이 내년에 어떤 일들을 할지 알 수 없다'고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올해는 엔화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 두고보자는 태도를 보인 일본 기업들이 내년에는 확신을 갖고 가격경쟁력 행사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지구전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 품질 등 비가격경쟁력 강화로 가격경쟁력 손실을 메우고 비용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정부는 수출 외끌이 경제를 수출ㆍ내수 쌍끌이 경제로 전환시키는 기회로 엔화 약세를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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