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TPP와 거리를 두는 태도를 취해온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TPP를 미국의 대중국 경제패권 구축 프로젝트로 보고 경계해온 중국을 의식한 데 있었다. 그래서 이미 상당한 정도로 진행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먼저 체결하고 TPP는 그 다음 단계로 검토해보자고 한 것이었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TPP에 참여하면 사실상 일본과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 데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우월한 제조업 경쟁력에 밀려 특히 국내 중소 제조업계의 피해가 꽤 클 수 있다.
정부는 내일부터 나흘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부터 TPP 협상 참가국들과 개별적으로 예비협의를 벌일 방침이라고 한다. 이것은 말 그대로 예비협의에 그쳐야 한다. 협상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태도는 금물이다. TPP의 비밀스러운 협상 방식으로 인해 그동안 알 수 없었던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우리의 실익과 피해를 가늠해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TPP 협상에 정식으로 참여할지의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신중하게 결정해도 된다. 중소기업과 농민 등 국내 피해예상 집단들과의 '내부협의'도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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