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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우편 집배원, 뺨 때려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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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 과중한 업무부담 밝혀진 직후 '일 더하라'…"행복배달 빨간자전거 사업 철회해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우편 집배원들의 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업무부담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집배원들에게 일을 더 시키겠다"고 나섰다. 집배원들 입장에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다. 일각에선 안 그래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집배원들의 '선행'을 이용해 정부가 생색내기에 나섰다고 비판하고 있다.

집배원들의 과중한 업무부담은 지난 2일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집배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일반 노동자 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인 42.7시간에 비해 20시간이나 웃도는 64.6시간에 달한다는 조사결과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집배원들은 특히 설, 추석, 선거기간 등엔 하루 15.3시간, 주 85.9시간이나 근무하는 등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렸다. 한 곳 이상의 부위에 근골계 증상을 가진 '증상 호소자'가 74.6%, 당장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심자'가 43.3%나 됐다.

이처럼 열악한 근무실태가 공개되자 집배원들의 업무부담 경감과 근로시간 단축 등 근무 여건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3일 성명을 내고 "집배원의 사고 및 사망재해,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수립에 적극 임하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정부가 "우편집배원들에게 일을 더 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정사업본부와 안전행정부는 3일 의식을 잃은 할머니에게 집배원이 심폐소생술을 해준 사례 등을 내세우며 전국 1만6000여명의 집배원을 활용, 농어촌 주민들을 위해 민원ㆍ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행복배달 빨간 자전거'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작업 특징상 가가 호호 방문하는 집배원들에게 독거 노인 등 취약계층의 생활 실태 파악, 재해 및 범죄 예방 등의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이 취임 초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집배원들을 농어촌 복지 전달에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한 것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부처 간 협업이라는 취지를 잘 살린 '정부 3.0'의 대표적 사례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집배원들의 불만은 거세지고 있다. 안 그래도 과중한 업무부담에 힘든 상황인데 근로 여건 개선은커녕 '가욋일'까지 맡기려 하냐는 것이다. 또 평상시에도 '마음씨 착한' 집배원들이 실천하고 있는 선행을 정부의 치적으로 삼기 위해 겉으로만 포장을 그럴싸하게 해서 '생색'을 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김동근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안 그래도 엄청난 초과 노동에 시달리는 집배원들에게 이런 일들을 더하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집배원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 구축에 신경을 쓰지 않는 정부가 인건비 하나 안 들이고 생색내기 딱 좋은 정책으로 집배원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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