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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뷰] 하워드 슐츠의 쓴소리가 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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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최근 미국에선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가 자주 언론에 소개됐다. 비지니스면을 통해서가 아니다. 정치면에 자주 등장했다. 미국 정치권에 대해 쏟아낸 거침없는 쓴소리때문이다. 슐츠 CEO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미 정부 디폴트 위기가 내년에 또 발생하지 않으려면 미 정치 지도자들의 협력과 책임감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치 지도자들간 타협이 실패해 국가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미국과 미국인들에게 큰 피해 줄 것이고, 이같은 리더십 부재는 전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며 미국 위신을 스스로 깎는 행태”라고 일침을 놓았다. 슐츠 CEO는 지난 10일에도 워싱턴 정가의 대립으로 정부폐쇄(셧다운)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다 스타벅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청원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불만과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 슬펐다”는 말도 덧붙였다. 슐츠 CEO의 화끈한 비판은 미국인들의 공감과 찬사를 받기 충분했다. 정치권에 성난 민심을 속시원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슐츠 회장 뿐 아니다. 워싱턴 정가의 과도한 정쟁으로 국가 경쟁력마저 위태롭게 되자 기업인들이 너도나도 정치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16일간의 셧다운 기간동안 TV 등 각종 매체의 단골게스트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지난 16일 정치권의 채무불이행(디폴트) 협상이 데드라인에 임박해서도 난항을 거듭하자 “의회가 끝내 디폴트를 유발해 (미국 독립 이후) 237년간의 선행을 해친다면 완전히 바보 짓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이날 방송에 나와 “워싱턴의 기능장애는 불치병인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골수 공화당 지지파로 알려진 잭 웰치 전 GE회장조차도 CNN등에 나와 “이번에 공화당 지도부가 셧다운을 밀어부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실수”라고 서슴없이 지적했다.

미국 경제인들의 날선 비판은 워싱턴 정치인에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물 경제의 최전방에 서 있는 경제인들의 비판에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는데다가 정치인들의 정치자금도 이들이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수적인 색채를 보여온 일부 기업가와 단체들 사이에서 강경 투쟁을 주도한 의원들에 대한 정치자금 후원 중단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에 공화당 지도부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풍경은 한국적 잣대로는 무척 생경하다. 여의도 정치의 후진성과 과도한 정쟁은 신물이 날 정도로 지적돼왔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기업인이 한국 정치에 쓴소리를 제대로한 경우는 거의 없다. 1995년 이건희 삼성 그룹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정치 4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이후 오늘날까지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굴지의 기업인이 작심하고 무능한 정치권에 쓴소리를 퍼붓는다면 당장 엄청난 불이익과 괘씸죄를 뒤집어 쓸 각오를 해야할 듯 싶다.

정치권이 기업활동을 감시하는 것은 고유권한 중 하나다. 필요하면 국회로 불러 문책도 하고, 정부가 나서 규제도 할 수 있다. 게을리 하면 직무유기다. 다만 일방통행이 너무 이어지는 것은 문제다. 그 반대의 목소리도 자유롭게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경제 현장에 서 있는 기업인들이 은연중에 침묵을 강요당하지 않고 정치권의 무능과 정부의 정책 실패를 당당히 지적할 수 있는 분위기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치권과 기업인들의 건전한 균형관계가 회복되면 한국 사회의 건강지수는 한층 높아지지 않을까. 슐츠 CEO의 거침없는 비판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개인적 용기 때문이 아니다. 그같은 발언이 자유롭게 이어지는 사회적 합의 때문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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