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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햄릿과 해고 노동자 묘하게 통하죠" 이인근 콜트콜텍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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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부터 27일까지 연극 '구일만 햄릿' 공연

출처: 사진작가 정택용 (가운데가 이인근 지회장)

출처: 사진작가 정택용 (가운데가 이인근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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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한 대목을 외치고, 일그러진 운명의 질곡에 절규하는 무대 위 배우들은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이다. 극 제목은 '구일만 햄릿'이다. 딱 9일 동안에만 공연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미 7일, 14일 두 차례의 공연을 무사히 마쳤고, 22~27일까지의 공연이 남아있다.

'구일만 햄릿'에서 덴마크의 왕이자 햄릿의 삼촌을 맡은 이인근 콜텍노조 지회장은 지난 두 차례의 공연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아직까지는 큰 실수없이 한 것에 대한 안도감도 있지만, 아마추어다 보니 어설펐다"며 "두 달 동안 연습했는데, 대사 외우는 것과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표정연기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그는 말한다.
연극에 등장하는 배우 다섯 명 중 네 명이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이다. 악기공장에서 기타를 만들던 이들은 2007년 경영진들이 해외공장을 세우고 국내공장의 문을 모두 닫으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콜트악기는 2007년 기준으로 매출이 1500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통기타 제조업체였다. 무대 한 중앙에는 빛바래고 고장난 기타 한 대가 허공에 매달려있다. 공연 중간중간에는 지난 7년간 복직을 위해 펼쳐온 이들의 활동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다.

이인근 지회장은 "평생을 현장에서 노동만 하던 사람들이다 보니까 연출자의 뜻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 게 답답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햄릿'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느낀 점도 많았다. "처음에는 우리 콜트콜텍의 상황을 작품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햄릿'으로 하게 됐는데, 작품 선정을 잘한 것 같다. 덴마크왕과 햄릿의 관계가 고용주와 우리 해고 노동자들과의 관계하고도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들의 문화활동은 이번 연극이 처음이 아니다. 기타를 만들던 이들은 해고 이후 직접 기타를 배워가며 밴드를 만들었다. 유독 많은 예술가들이 이들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2010년에는 일본 후지락페스티벌에 참가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한 이인근 지회장은 "밴드는 무대에 올라가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하면 되는데, 연극은 내 내면의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며 소감을 말했다.
이 지회장은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는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내가 정리해고가 될 수 있고, 그러면 다른 직장에 가야할 텐데,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 문제를 인식하고 좀 더 길거리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우리들도 공연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투쟁을 계속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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