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27일까지 연극 '구일만 햄릿' 공연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한 대목을 외치고, 일그러진 운명의 질곡에 절규하는 무대 위 배우들은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이다. 극 제목은 '구일만 햄릿'이다. 딱 9일 동안에만 공연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미 7일, 14일 두 차례의 공연을 무사히 마쳤고, 22~27일까지의 공연이 남아있다.
'구일만 햄릿'에서 덴마크의 왕이자 햄릿의 삼촌을 맡은 이인근 콜텍노조 지회장은 지난 두 차례의 공연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아직까지는 큰 실수없이 한 것에 대한 안도감도 있지만, 아마추어다 보니 어설펐다"며 "두 달 동안 연습했는데, 대사 외우는 것과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표정연기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그는 말한다.
이인근 지회장은 "평생을 현장에서 노동만 하던 사람들이다 보니까 연출자의 뜻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 게 답답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햄릿'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느낀 점도 많았다. "처음에는 우리 콜트콜텍의 상황을 작품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햄릿'으로 하게 됐는데, 작품 선정을 잘한 것 같다. 덴마크왕과 햄릿의 관계가 고용주와 우리 해고 노동자들과의 관계하고도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들의 문화활동은 이번 연극이 처음이 아니다. 기타를 만들던 이들은 해고 이후 직접 기타를 배워가며 밴드를 만들었다. 유독 많은 예술가들이 이들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2010년에는 일본 후지락페스티벌에 참가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한 이인근 지회장은 "밴드는 무대에 올라가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하면 되는데, 연극은 내 내면의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며 소감을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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