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관료들의 비리를 지근거리에 지켜본 불륜관계 여성들의 폭로가 당국의 수사를 촉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통신사 신화통신에 따르면 정부 지원 법제일보의 여론모니터링센터(Center for Public Opinion Monitoring)가 지난 1~9월 온라인을 달군 공직자 비리사건 26건을 분석한 결과 부패사건의 고발자 15%는 내연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선 상인의 고발이 27% 가까이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 밖에도 사업가와 언론인, 동료 공직자, 네티즌이 포함됐다. 하지만 조사에선 몇 건의 사건이 진실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 부패사건 대부분은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서 처음으로 폭로됐고, 모든 사건의 정보 제공자는 실명을 사용했다.
치정에 의한 폭로의 대표적인 사례가 류톄난(劉鐵男) 전 국가발전개혁위 부주임의 비리사건이다. 류 전 부주임은 그와 내연관계에 있던 정부가 잡지 차이징(財經)의 부편집장 뤄창핑(羅昌平)에게 비리 혐의를 제보한 것이 발단이 돼 지난 5월 '당의 규율을 심각하게 위반한 혐의'로 공직이 박탈됐다.
뤄 부편집장은 지난해 12월 웨이보를 통해 류 전 부주임의 비리를 실명으로 중국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에 고발해 중국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온 바 있다. 당시 뤄 부편집장은 류 부주임이 특정 사업가와 결탁, 2억 달러 이상의 거액 대출을 받도록 편의를 봐 주고 아내 이름으로 이 회사 지분의 10%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류 전 주임은 총 8명의 내연녀를 두는 등 여자관계도 복잡했으며 친척과 내연녀가 함께 차린 회사에 특혜를 주기 위해 직권을 이용하기도 했다.
류 전 주임이 받은 뇌물 액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조사과정에서 그의 집에 25점의 희귀 다이아몬드와 9㎏ 이상의 금괴가 발견되고 25개 은행계좌에 1천900만 호주달러가 예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레이정푸(雷政富) 전 충칭(重慶)시 베이베이구 당 서기도 작년 11월 10대 소녀로부터 성 접대를 받는 동영상이 웨이보에 유출되면서 쇠고랑을 차게 되는등 부적절한 이성관계로 낙마하는 공직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류 전 부주임 사건 직후 사설을 통해 내연녀의 고발에 의존해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적발하는 방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제일보에 따르면 실명으로 관료의 비리를 고발한 사람 가운데 23%가 나중에 뜬소문을 퍼트리거나 문제를 일으켰다는 혐의로 구금을 당하거나 경찰의 감시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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