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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용두사미’로 끝난 용산개발

최종수정 2013.10.10 14:10 기사입력 2013.10.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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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오늘은 먼 후세까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으로 남을 용산의 미래상을 공개하는 날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발생되는 역동적인 문화를 통해 진정한 선진국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2012년 5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자산관리를 맡았던 용산역세권개발(주) 박해춘 회장은 111층, 620m 높이의 빌딩 디자인을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과 세계적인 건축사들이 대거 참석한 자리에서다.

그로부터 20개월도 안 돼 31조원을 쏟아 부으려던 사업이 컴퓨터 '리셋'과 같은 구역지정 해제라는 행정 절차를 마쳤다. 2007년 8월 사업계획 발표 후 6년만이다. 이젠 회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첫 삽을 뜨지도 못한 이 사업에 투입된 사업비만 수 조원에 육박한다. 무산된 개발사업에서 이득을 본 곳은 없다. 용산개발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서울시가 25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취득세를 거뒀으나 여전히 용산 주민들의 불만이 높은 데다 대체 사업을 찾기 위한 장기적인 행정ㆍ재정 지원이 뒤따라야 할 입장이어서 득이 많지는 않아보인다. 민간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용산사업에 사용된 소모비용 1조2000억원, 민간 개발이익 기회비용 2조7000억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지리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피해자들끼리 소송전에서 막판까지 혈투를 벌여야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각 주체들은 실패한 사업의 공모자이기도 하다. 사업이 좌초된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침체에서 찾을 수 있지만 정부는 코레일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용산역 철도기지차량 개발 참여를 독려한 책임이 있다. 당시 코레일 부채가 4조5000억원, 철도기지차량 부지 평가액이 3조원을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땅만 팔아도 코레일 부채는 눈에 띄게 줄었을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판을 확대한 책임이 있다. 주민들의 동의가 이뤄졌지만 추진 과정에서 서부이촌동 아파트단지를 끼워넣었다.
과도한 기대로 시작했다, 이제는 완전히 종지부를 찍은 용산개발사업.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된 가운데 '단군이래 최대 개발사업' 좌초 후 얻은 유일한 교훈은 '한 방'이 아닌 철저한 사업검증이라는 점이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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