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연구단지는 지금의 가정로를 따라 양 옆으로 들어서 있던 출연연구소가 거의 전부였다. 그 길의 가장 마지막에 있는 표준연구소를 지나 지금의 엑스포과학공원 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연구단지에 들어오는 해외유치과학자들을 위한 공동관리아파트가 있고 여기에서 연구단지가 끝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길은 왕복 2차선으로 좁아지면서 논 사이를 구불거리는 전형적인 시골길이 되어 대전시로 이어졌다. 필자가 공동관리아파트에 살던 1980년대 중ㆍ후반까지만 해도 여름밤이면 아파트 주변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었으며, 개구리 울음소리에 잠을 설칠 정도였다.
그러나 대덕연구단지 안에서 현재 28년째 살고 있는 필자가 늘 아쉽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이곳만의 독특한 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대덕연구단지를 바라보는 외부 사람들은 이곳이 좀 이국적이고 배타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소통도 없고 무엇 하나 이곳의 차별화된 문화라고 꼬집어 말할 것이 없다.
박사들의 밀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박사동네라면 무언가 다른 곳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그곳에 가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무언가를 볼 수 있고, 연구원들을 만나 과학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배타적인 문화가 아닌 차별화되면서도 개방적인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꿈꾼다. 그런 의미에서 대덕연구단지를 지나는 길 이름부터 과학자의 이름을 따서 부르면 좋겠다고 제안해 본다. 예를 들어 대덕대로는 '세종대로'로 그리고 가정로는 '장영실로' 등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건전한 지역공동체가 자리함으로써 일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좋아지는 곳이 되어야 진정 대덕연구단지는 우수한 인재가 모이고 창의력이 더 발휘되며 융합이 이뤄지는 곳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는 외부에서 만들어 줄 수는 없다. 안에 사는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스스로 만들어 갈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40세에 걸맞은 과학과 문화가 조화된 대덕연구단지를 꿈꾸어 본다.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