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북쪽 산책길 전망 좋은 자리에 목멱산방(木覓山房)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성북동 수연산방(壽硯山房)을 떠올리게 하는 옥호(屋號)다. 남산의 옛 이름인 목멱산에 한 글자를 더한 이름이다.
목멱은 이두식 표기다. 木은 '마'를, 覓은 '뫼'를 적은 것이어서, 남산의 다른 이름은 '마뫼'였다. 사학자 안재홍의 설명이다. (박갑천,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
마뫼의 '마'는 '앞'을 뜻한다. 뫼는 산의 우리말이다. 따라서 마뫼는 앞산이라는 말이다.
궁금함은 이어진다. 마를 왜 木으로 표기했나? 삼국시대 이래 '마' 발음을 木으로 적었다고 한다. 고구려는 곰을 功木으로 적었고 '고마'라고 읽었다. 신라는 일곱을 '나마'라고 했는데, 若木이라고 표기했다.(김수경, '고구려ㆍ백제ㆍ신라 언어 연구')
木은 우리말을 표기할 때 '목' 음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조선시대 사례는 다산 정약용의 '아언각비(雅言覺非)'에 나온다. '교맥(蕎麥)'이라는 표제어는 메밀을 뜻한다. 다산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木麥이라고 쓰고 '모밀'이라고 읽는다고 설명한다. 원문은 '방언운(放言云) 모밀'이다. '모밀' 부분은 다산이 한글로 적었다. (다산은 요즘 표준어인 '메밀' 대신 '모밀'이라고 썼는데, 왜 그랬는지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
옛 사람들은 남산을 마뫼라고 부르고 木覓으로 썼고, 木覓을 마뫼로 읽었다. 남의 문자인 한자로 언어생활을 하면서 궁리해 낸 방편이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 글자를 쓴다. 남산을 목멱산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어졌다. 목멱에 가린 우리말 마뫼를 되찾아 줄 때다. 목멱산방은 그럼 마뫼산방이 되겠다.
백우진 선임기자 cobal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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