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깜빡이라 놀리지마, 건망증도 전략이야...'설계된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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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긍정의 힘을 믿어라', '꿈꾸는 만큼 이뤄진다', '성공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라', '긍정의 말이 성공을 부른다', '긍정적 사고가 운명을 바꾼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현대사회는 사람들에게 긍정을 강요한다. 마치 복잡다단한 현실을 잊기 위한 마취제처럼 '긍정적 사고와 낙관적 태도'가 현대인들의 필수 요소가 됐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는 '긍정의 힘'이 결국 한 사람의 성공을, 인생을, 운명을 좌우한다고도 얘기한다. 사실일까.

탈리 샤롯이 쓴 '설계된 망각'은 이 같은 '긍정의 신화'를 깨뜨리며,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인간이 교육의 힘을 통해 긍정의 힘을 체득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생존을 위해 낙관주의를 고집한다는 것이다. 뇌는 우리 몰래 부정적인 데이터는 몰래 지워버리기도 한다. 책의 제목이 '설계된 망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10년 후 나의 모습을 그려보자.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 화목한 가정, 직장에서의 승진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의 이혼률이 50%가 넘는다는 통계를 보고 '내 결혼이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또 두 가지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가정하자. 이럴 때 우리는 수만 가지 경우의 수와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한 가지를 선택한다. 최종 결정 후에는 내가 선택한 것이 선택하지 않은 것에 비해 훌륭하다고 무조건적으로 믿으려 한다. 이 같은 사례들은 모두 살아남으려는 '뇌'의 꼼수이다.

실제로 낙관주의의 힘은 크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기대가 생존 확률을 높여줬으며, 낙관주의자들이 비관주의자들보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산다는 사실도 여러 통계를 통해 입증됐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충족적 예언 역시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여성이 수학을 잘 못하다는 고정관념은 여성들이 자신에 대한 기대를 낮추게 해 시험을 더 못보게 만든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역시 고정관념의 위협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는 백인과 대등한 성적을 보였지만, '인종'을 강조한 시험에서는 성적이 부진했다.


신경과학 분야 전문가인 저자 탈리 샤롯은 '낙관주의'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관찰을 통해 그동안의 우리의 편견을 깨뜨린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 결과다. 카너먼은 실험을 통해 엄마들이 경험하는 행복감과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양 사이에서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도출해낸다. 즉 육아가 우리의 행복감을 키우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의 유전자를 지키는 일이 무척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육아가 행복과 관련돼있다고 여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뇌가 불러일으키는 낙관적 착각의 징후는 이밖에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우리가 일요일보다 금요일을 더 기다리는 것, 물건을 고르고 나면 더 좋아 보이는 현상,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뇌의 낙관 편향은 우리를 지켜주는 보호막 구실을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에 닥쳐올 고통과 고난을 정확하게 지각하지 못하도록 뇌가 무의식적인 망각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계해야할 점도 있다. 지나친 낙관주의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도 히틀러가 공격할 리 없다는 낙관적 믿음 때문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히틀러 역시 모든 부정적인 지표를 무시하고 소련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낙관했지만 길고 지루하고 불리한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08년 금융위기다. 투자자, 집주인, 은행가, 정책 입안론자 등 저마다 현실적으로 보장되는 것보다 더 나은 수익을 기대한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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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삶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 "낙관주의는 적포도주와 같다. 하루 한 잔은 좋지만, 하루 한 병은 해로울 수 있다"는 조언처럼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낙관주의를 유지하되 자신이 어떠한 낙관적 착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보고, 과도한 낙관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대비책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가 건강한 삶을 누릴 것을 믿으면서도 수시로 병을 체크하고, 결혼이 지속될 것을 알지만 혼전합의서에 서명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설계된 망각 / 탈리 샤롯 지음 / 김미선 옮김 / 리더스북 / 1만6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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