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가 내세운 명분은 '5ㆍ16 혁명 같은 역사적 사건의 흔적을 보존하기 위한 일'이다. '5ㆍ16 혁명 미화 작업'인 셈이다.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게다가 서울엔 이미 지난해 2월 마포 상암동에 문을 연 3층 규모 연면적 5290㎡의 '박정희 기념ㆍ도서관'이 있다. 말들이 많자 박 대통령까지 나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세금으로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강행하겠다니, 딱하다.
백 번 양보해서 구미와 옥천은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의 고향이니 그럴 수도 있다 치자. 하룻밤 숙소, 하숙집 등 별의별 인연을 다 동원하는 데는 할 말이 없다. 경북 울릉군은 박 전 대통령이 하룻밤 묵었던 옛 울릉군수 관사를 '박정희 기념관'으로 꾸미고 있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이 초등학교 교사 때 살았던 하숙집 '청운각'을 기념공원으로 만든 문경시는 올 3월엔 주막까지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 음식이라며, 이름 하여 대통령 비빔밥, 대통령 칼국수, 대통령 국밥 등을 판다.
그런가 하면 강원 철원군은 박 대통령 취임 직후 갈말읍 군탄리의 군탄공원 이름을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지 공원'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1988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자 군탄공원으로 고쳤다가 25년 만에 다시 바꾸기로 한 것이다. 딸이 대통령이 됐다고 '원위치'시키겠다는 얄팍한 수로 비친다.
그러나 허울뿐인 기념관이나 하숙집, 하룻밤 숙소,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 등을 지역의 특색 있는 관광 자원라고 하긴 어렵다. 속내는 다른 데 있다는 뒷말이 따르는 이유다. 박정희 마케팅을 벌이는 지자체장은 대부분 새누리당 소속이다. 다음 공천 등을 의식해 충성 경쟁을 벌이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주민의 향수를 선거 때 표로 연결시키려는 전시성 사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록 전직 대통령이라고는 해도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분별 없는 마케팅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딸이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도 그럴까. 아닐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유력 대통령 후보로 부각된 이후 박정희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5년 후에도 '관광 명소'로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세금만 낭비하는 애물단지가 될 공산이 크지 싶다. 염량세태(炎凉世態)란 바로 이런 게 아니겠는지.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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