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用 내비, 요구 사양·테스트 결과도 ‘영업비밀’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이미 알려진 기술로 만들어지는 제품이라도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정보가 빼돌려졌다면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신차 출시에 맞춘 내비게이션 개발에서 차량 사양이나 테스트결과 등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 이하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모(38·구치소 수감)씨에 대해 징역 1년 4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은 ”일부 공지된 기술이 사용되었더라도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신차에 맞는 특수 내비게이션 개발에 관해 기밀유지협약이 체결됐으므로 재규어 측이 제공하는 신차에 관한 정보는 피해자 회사만이 보유할 수 있는 점, ▲타 회사가 비밀리에 개발하는 내비게이션에 어떠한 사양이 요구되고, 어떠한 기술 등이 사용되었으며, 그에 대한 상대측의 반응이 어떠한지 등에 관한 자료는 독립적인 경제적 유용성도 인정된다는 점이 그 이유다.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은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통상 그 정보를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하며,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정보의 보유자가 그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그 취득·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2008년부터 내비게이션 업체 A사 해외영업팀장 및 해외기술영업 대행 에이전트로 근무하다 2010년 5월 총판업체이자 경쟁사 G사 영업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윤씨는 A사가 개발 중인 영국 재규어랜드로버사의 재규어 신차 내비게이션 관련 필수 기본 사양과 스펙, 재규어사와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회로도, 사양서, 테스트 결과 등 중요 영업비밀자료를 G사 관계자들과 짜고 빼돌린 혐의로 2010년 재판에 넘겨졌다. G사 지분과 유출 정보로 만든 내비게이션 판매이익이 그 대가였다.
A사는 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 10여개 차량에 장착되는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국내 최초 개발해 독점 공급·납품하는 회사로, 각 수입 명차별·각 차종별 규격을 모두 만족시키는 내비게이션 제조업체는 A사가 국내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심은 “특정 차종과 관련한 내비게이션 개발에 있어 그 차종에서 어떠한 기술적 사양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한 정보로서 전체적으로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현대사회에서 정보의 중요성과 시장선점 효과에 따라 기업 성패가 좌우되는 점을 감안하면 부정한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해 사용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윤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어진 2심은 다만 윤씨가 영업비밀을 빼돌린 혐의와 A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가 사실상 하나의 행위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해 징역 1년 4월로 형량을 낮췄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G사 실운영자와 전 대표이사는 2심까지 각 징역1년, 징역1년 4월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해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