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에게 체육복 강매..서울 '비리'어린이집 287곳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아이들 생일파티를 빌미로 부모들에게 간식거리를 가져오도록 하고 급식비는 운영비에서 따로 빼돌린 어린이집, 교사 인건비를 적게 주거나 교재나 교구를 제대로 갖춰 놓지 않은 어린이집 등 비리를 저지른 어린이집이 대거 적발됐다. 그러나 이렇게 비리를 저지른 어린이집이 어딘지 부모들은 알 수가 없는 형편이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시내 어린이집의 73.7%인 4505곳을 중점 점검한 결과 287곳이 보조금이나 특별활동비 허위 청구 등 비리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어린이집에 지급된 보조금 8억1000만원은 환수됐고, 이 중 100곳은 운영정지와 과징금 처분, 115곳은 원장ㆍ교사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는 2011년도에 적발된 135곳보다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동일 대표자가 2개 이상 어린이집을 운영하거나 아동이나 교사를 허위로 등록한 경우, 보조금을 부풀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장 자격이 없는 대표자가 2곳의 어린이집을 200미터 거리에서 운영하면서 월급원장을 고용하고, 영수증을 각각 시설의 회계장부에 이중 사용하는 수법으로 운영비를 부정 지출했다. 또 아이들 생일파티를 빌미로 부모들에게 간식거리를 가져오도록 하고 급식비는 운영비에서 별도로 빼돌렸다. 이 비리 어린이집은 지난해 폐쇄됐다.
24개월 이하 영유아에게도 특별활동비를 적용, 영어수업을 진행한다거나 체육복을 사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 급식비를 빼돌리고, 교사 인건비를 적게 주거나 교재나 교구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특히 보육교사들의 처우가 좋지 않은 곳은 이직률이 높아 영유아들의 정서적 안정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했다.
서울시는 올해에는 부모와 보육전문가 250명으로 구성된 '아이사랑 부모 모니터링단'을 새로 구성해 감시에 나설 계획이다. 보육전문가 80명으로 구성된 기존의 '안심보육모니터링단'도 계속 운영된다.
시는 어린이집에 대한 현장점검 시 회계 부문에서 현금을 과다 사용한 부분은 없는지, 정규교사 채용 후 시간제근무를 쓰는 방법으로 보육교사의 임금을 편취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특히 보육교사 이직이 빈번한 시설을 중심으로 살핀다는 방침이다.
한편 '영유아보육법'에 비리 어린이집 공개조항이 없는 것을 고쳐야 어린이집의 비리와 부실 운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영유야보육법 개정 관련 요구를 해 왔지만 어린이집 관련 이익단체의 압력에다 국회나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부모의 알권리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가 가진 비리 어린이집 관련 정보를 공개하자면 소송을 당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면서 "다만,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을 구할 때 사전에 어린이집 운영위원회가 활성화돼 있는지, 급식참관 등 부모 참여를 독려하는지, 보육교사들의 이직이 적은지를 따져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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