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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하루 600원짜리 어린이집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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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가을 지방자치단체들과 합동으로 전국의 어린이집을 점검해 본 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부실운영이 의심되는 곳들만 가려내어 점검했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내용을 들여다보니 기가 막힌다. 점검대상 800곳 가운데 17%에 이르는 134개소에서 기준 미달의 급식을 하거나 영양사를 두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민간 어린이집이다.

어린이집은 운영기준상 아이 한 명당 하루 최소 1745원 이상의 급ㆍ간식비를 지출하게 돼 있다. 그런데 대전의 한 어린이집은 30여명의 아이들에게 한 명당 하루 600원 수준의 급ㆍ간식비를 지출했다. 유통기한이 일주일 지난 돈가스가 발견된 곳도 있고, 심지어 유통기한이 한 달이나 지난 자장소스가 나온 곳도 있다. 식단표는 기준에 맞게 작성해 걸어놓았지만 실제 급식은 그와 달리 부실하게 한 곳도 수십곳 적발됐다. 의무적으로 두게 돼 있는 영양사를 고용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이전에도 어린이집의 부실한 운영 실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여러 번이다. 그때마다 정부와 관할 관청에서 지도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점검 결과를 보니 그동안 개선된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래서야 어찌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겠나 싶다. 정부의 보조금까지 지원받는 어린이집들이 이문을 더 많이 남기겠다고 아이들이 먹을 것에까지 손대야 하는가. 이는 법률이나 행정적 기준 위반 여부를 떠나 인륜을 저버린 파렴치 행위다.

물론 아이들을 정성껏 돌보고 급식의 질을 높이려고 애쓰는 어린이집이 더 많을 것이다. 이번 점검에서도 친환경 천연 조미료를 직접 제조해 사용하는 곳을 비롯해 모범사례도 적잖이 발견됐다고 한다.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불량 어린이집이 많이 적발됐다고 해서 어린이집들 모두를 매도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적발된 불량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법규에 따른 시정명령과 불이행시 운영정지 처분 외에도 명단공개 등 가능한 모든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 각 지자체는 지도ㆍ단속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는 것이 최선책이다. 부모들이 더 신뢰하고 실제 보육품질도 더 나은 국공립 어린이집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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