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 유추하면 이 보수 논객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당시 언론의 관계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글을 찬찬히 읽어 보면 요지는 이렇다.
박 전 대통령의 술자리 일화는 이어진다. 모두가 취하자 박 전 대통령은 "속 시원히 말을 한 번 해보라"고 입을 뗐고, 참석자 중 한 명이 불쑥 '여자관계'를 물었다는 내용이다.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글에 없지만 그 만큼 대통령과 기자 자리의 분위기가 부드러웠음을 짐작케 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독재자의 카리스마'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적잖은 충격이기도 했다.
시간은 30년 이상 훌쩍 흘렀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은 18대 대통령에 당선됐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쥐었다. 박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흔적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통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박 당선인은 오늘로써 일주일째 외부 일정을 일절 잡지 않은 채 삼성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총리를 포함한 초기 내각 작업에 몰두하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언론과의 관계는 고사하고 국민들 앞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얼굴 보기 힘든 대통령' 꼬리말이 벌써부터 박 당선인에게 붙었다.
새삼 10년 전 보수 논객의 칼럼이 머리를 스쳐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대통령과 기자' 제목의 글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이 지나서야 기자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간담회를 가졌다는 일화로 끝이 난다.
박 당선인의 '대통령과 기자'의 서막은 일단 아버지보다는 노 전 대통령에 가까워 보인다. 누구 말마따나 기록은 정말, 무섭게 남는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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