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문득 잠이 깨서 네이버에서 옛 메일을 훑어본다. 2년 전에 받았던 알쏭달쏭한 십여통의 편지가 눈에 띈다. 20년 전에 알던 사람이라는 L. 매일같이 오는 메일을 보면서도 그때 나는 무엇엔가 마음이 바빠 그를 주목할 여유가 없었다. 이제야 찬찬히 글들을 읽어본다. 내게 편지를 한 뒤 답장과 관심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응답이 없었기에, 그는 마음이 상한 채 가만히 인연을 다시 접은 것 같다. 내 글을 읽고는 감회를 적기도 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방문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섭섭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마지막 편지에는 '이별'이라는 제목으로, 약간 비장한 통보를 하고 있다. 소리없이 피었다 진 달맞이꽃 하나에도, 마음을 흔드는 여운이 있다. 어느 날 그가 추천했던 시인의 블로그에 들러 음악을 실컷 듣고 온다. 창밖은 아직 어둡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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