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10km 지점에서 중국 허베이오션시핑 소속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와 삼성중공업의 해상크레인 삼성 1호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유조선에 적재돼 있던 원유 1만 900톤이 유출됐다. 악몽에 가까운 초대형 유류유출사고였다.
해안가 회복에 큰 몫을 맡은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었다. 사고 다음해 8월까지 지 총 123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왔다. 일일이 기름을 닦아내는 방제작업을 실시했다. 기름에 덩어리진 해안가 모래를 찌고 말릴 정도였다. 그러나 해상 방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유화제를 대량 살포해 기름 입자를 물과 뭉치게 만들어 침전시켰다. 아직도 바다 속에 기름덩어리가 남아 있는 까닭이다.
배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정부는 피해주민 6만 7757가구에 긴급 생계안정자금 993억원을 지원하고 특별공공근로사업(153억원)과 희망근로프로젝트(143억원) 사업 등을 통해 구제에 나섰다. 피해상황이 길어지자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에서도 배상 청구 주민 대상으로 486억건의 대부금 지원에 나섰다.
사고의 여파는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태안환경보건센터가 공개한 주민 건강영향지표 추적조사에 따르면 방제작업에 참여했던 주민들에게서 세포 내 유전물질이나 지질 산화적 손상지표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방제작업기간이 길수록 알레르기 증상이나 고혈압 유병율 증가 이상소견이 보였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유류피해 주민 614명을 대상으로 정밀검진을 한 결과 230명이 이상징후로 조직검사를 받았다. 이중 5명은 암 판정이 나왔다. 사고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주민 4명이 자살하는 등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문제도 야기됐다. 주민뿐만 아니라 주변의 생태계가 변했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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