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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갈매기 돌아왔지만 아직 앓는 漁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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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은 이제 청량한 모습을 되찾았다. 푸른 파도가 몰려오는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 그대로다. 5년전 시커먼 기름띠로 뒤덮여 있던 기름유출사고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다. 그러나 아직 상처는 낫지 않았다. "해안가는 닦아 냈지만 지금도 바다 속을 파 보면 기름덩어리가 나온다." 충남유루피해대책위총연합회 문승일 사무처장의 말이다. 인근 몽산포에서 횟집을 운영하던 문 사무처장도 사고 후 장사가 안 돼 횟집 문을 닫아야 했다. "가리비, 바지락 채취량도 확 줄어들었다. 굴 등의 양식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관광에 기대고 있던 주변 상권 역시 다 죽었다."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10km 지점에서 중국 허베이오션시핑 소속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와 삼성중공업의 해상크레인 삼성 1호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유조선에 적재돼 있던 원유 1만 900톤이 유출됐다. 악몽에 가까운 초대형 유류유출사고였다.
이 사고는 서해안 일대의 자연생태계와 어장을 황폐화시켰다. 만리포 해수욕장을 비롯해 15개 해수욕장이 기름으로 오염됐다. 오염 해안선의 총 길이는태안군과 서신사, 보령시, 홍성군, 당진시, 서천군 등 충남 6개 시군을 포함해 전남과 제주도 지역까지 375km에 달한다. 이 중 사고현장에 가까웠던 충남 일대의 피해가 가장 심했다. 충남 6개 시군은 사고 직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해안가 회복에 큰 몫을 맡은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었다. 사고 다음해 8월까지 지 총 123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왔다. 일일이 기름을 닦아내는 방제작업을 실시했다. 기름에 덩어리진 해안가 모래를 찌고 말릴 정도였다. 그러나 해상 방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유화제를 대량 살포해 기름 입자를 물과 뭉치게 만들어 침전시켰다. 아직도 바다 속에 기름덩어리가 남아 있는 까닭이다.


배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정부는 피해주민 6만 7757가구에 긴급 생계안정자금 993억원을 지원하고 특별공공근로사업(153억원)과 희망근로프로젝트(143억원) 사업 등을 통해 구제에 나섰다. 피해상황이 길어지자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에서도 배상 청구 주민 대상으로 486억건의 대부금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이 요구하는 배상금액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배상청구 증빙이나 피해상황에 대한 정부와 IOPC펀드의 입장이 달라 아직까지 피해 인정금액이 1798억여원 수준에 그친다. 현재 전국적으로 청구된 배상금액은 2조 7751억 수준이다. IOPC와는 별도로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는 유류오염손해배상 책임제한 절차 관련 제한채권 조사 사정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 재판에 걸려 있는 청구금액은 4조 2273억. 또한 주민들은 사고의 원인이 된 삼성중공업의 피해보상이 소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08년 1000억원을 피해지역 발전기금으로 출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주민들은 5000억원 이상을 요구해왔다.

사고의 여파는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태안환경보건센터가 공개한 주민 건강영향지표 추적조사에 따르면 방제작업에 참여했던 주민들에게서 세포 내 유전물질이나 지질 산화적 손상지표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방제작업기간이 길수록 알레르기 증상이나 고혈압 유병율 증가 이상소견이 보였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유류피해 주민 614명을 대상으로 정밀검진을 한 결과 230명이 이상징후로 조직검사를 받았다. 이중 5명은 암 판정이 나왔다. 사고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주민 4명이 자살하는 등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문제도 야기됐다. 주민뿐만 아니라 주변의 생태계가 변했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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