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자수첩]나로호 실패가 남긴 것은?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나로호는 끝내 우주로 가지 못했다. 지난 29일 오후 4시 발사예정이었던 나로호가 발사 16분52초를 앞두고 갑자기 멈춰섰다. 컴퓨터에 의한 자동 카운트 다운을 2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2단(상단)이 문제였다. 국내 기술진이 만든 부품에 결함이 인식되면서 발사가 중단됐다. 지난 10월26일에는 러시아가 만든 1단에 불량 부품이 생겨 발사가 연기된 바 있다.

나로호(KSLV-I)는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대형 프로젝트'이다. 러시아와 우주개발에 대한 계약을 맺고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자는 계획이었다. 5200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 우주개발 '독립국'으로 가는 초석을 만들자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1, 2차 실패에 이어 이번 3차 발사에 이르기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우리나라 우주 개발 계획은 일단 좌초했다. 국민들의 마음은 응원에서 우려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나로호 발사 실패 결과보다는 실패하는 과정이 문제다. 일단 기술적 문제가 생각보다 크다. 1단에 이어 2단까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나로호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도 많은 아쉬움을 낳고 있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부분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고쳐야 하는 게 과학적 상식인데 첨단 기술 집합체인 나로호조차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이번 정권에서 쏘아 올려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빚어낸 무리수였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과학도 정치적, 사회적 통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정권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강행이었다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를 허망한 '불꽃놀이'에 쏟아부은 셈이다.
발사 실패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필요한 건 실패 원인을 제대로 살피고 철저히 2차, 3차 시도를 준비해야 하는데 과연 그랬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나로호 프로젝트에 책임을 지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승조 원장은 3차 발사가 연기되자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기에 앞서 무엇이 문제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성찰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실패와 오류를 제대로 인식할 때 나로호는 마침내 땅을 박차고 우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