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KSLV-I)는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대형 프로젝트'이다. 러시아와 우주개발에 대한 계약을 맺고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자는 계획이었다. 5200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 우주개발 '독립국'으로 가는 초석을 만들자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1, 2차 실패에 이어 이번 3차 발사에 이르기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우리나라 우주 개발 계획은 일단 좌초했다. 국민들의 마음은 응원에서 우려로 바뀌고 있다.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도 많은 아쉬움을 낳고 있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부분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고쳐야 하는 게 과학적 상식인데 첨단 기술 집합체인 나로호조차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이번 정권에서 쏘아 올려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빚어낸 무리수였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과학도 정치적, 사회적 통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정권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강행이었다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를 허망한 '불꽃놀이'에 쏟아부은 셈이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기에 앞서 무엇이 문제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성찰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실패와 오류를 제대로 인식할 때 나로호는 마침내 땅을 박차고 우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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