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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공든 탑 무너뜨리지 않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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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전시회에 다녀왔다. 모처럼 세계적인 화가의 명작을 직접 볼 수 있는, 눈이 호강하는 시간이었다. 주요 작품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는 오디오 기기를 빌려 해설을 들으며 작품을 바라보았다. 그전에는 눈에 익숙한 작품만 유심히 보고 나머지는 건성으로 넘겼는데, 해설 오디오를 들으면서 작품을 보니 관람의 재미가 쏠쏠했다.

그때 마침 전시회를 보러 온 귀빈을 안내하며 작품을 설명하는 큐레이터를 목격했다. 그들 일행을 뒤따라가며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니 조금 전 오디오로 듣던 때와는 사뭇 다른 다양하고 자세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그림 전문가 큐레이터의 도움은 역시 작품 감상의 격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서울 대학로 화랑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서예가들의 작품을 관람하다 그 전시회에 작품을 내어 놓은 어느 작가를 만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게 되었다. 그전에 작품 속 글과 그림을 보면서 나름대로 느낀 점과 작가의 설명을 듣고 얻은 시각이 오버랩되면서 매우 인상적인 작품 감상 기회를 가졌다. 이처럼 예술작품 감상에 있어서 전문가의 조언과 의견은 관람객의 식견을 넓혀줌과 동시에 그전과 다른 느낌을 갖도록 한다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경험이 아니리라.

그 큐레이터나 서예가처럼 전문가는 하루아침에 양성되지 않는다. 어느 분야든 전문가는 오랜 시간을 투자해 정보를 접하고 자질을 쌓고 지혜를 키운 끝에 탄생한다. 전문가는 인내와 끈기로 특정 분야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것부터 보통 사람과 다르다. 더욱이 연마와 훈련을 통해 키운 지혜는 일반인과 상당한 수준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가의 노력과 능력을 인정하고 때론 배우고 싶고 존경하게 된다. 공들여 쌓은 탑의 결과에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해결사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요즘처럼 기업의 경영 환경이 불투명하거나 주변 여건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전문가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전문가에게 거는 기대 또한 커진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문제들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꿰뚫어 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과 미래를 조망하는 능력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런 전문가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을 하는 기업의 경쟁력이자 생존력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기업이 빼어난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어렵게 양성하고 확보한 전문가 그룹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문제에 직면해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어떤 제품이나 제품의 포장용기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될 경우 우리 사회는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발견된 유해물질이나 발암물질이 법이 정한 관리 기준치 이하이거나 자연 상태에서도 노출되는 정도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그러다가 한참 지나 법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고 해당 전문가도 상처를 입은 뒤이다.

과학적인 기준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몰아붙이며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는 사건을 목격할 때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전문가의 의견과 지혜가 감성적인 잣대와 기준으로 집단 이지메를 당하는 사회에선 역량 있는 전문가 그룹이 양성되기도, 제 역할을 하기도 어렵다.

물론 전문가들도 주변으로부터 신뢰와 대우 받기를 바라는 마음 이상으로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자문하고 자성해야 한다. 공들여 쌓은 탑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사회와 기업, 전문가 그룹이 함께 힘을 합쳐야 사회의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손헌수 ㈜정·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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