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야권의 단일화에 맞서기 위해 '마이크로 타게팅(Micro targeting)'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권자들의 세부적인 요구사항에 대한 맞춤형 공약으로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야권의 단일화에 대한 정치공세로는 전세를 역전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타게팅'이라고 불리는 선거 전략은 미국 대선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2004년 조지 부시 대통령 재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선거전략가 칼 로브가 사용해 널리 알려졌다. 로브는 미국 대선에서 소득수준과 성별·나이 같은 개인정보를 분석해 핵심 공략층을 선정했다. 작은 집단의 취향과 소비 형태를 고려해 맞춤형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예를들어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수도권의 중산층·화이트칼라가 다수를 차지해 야권 성향이 강하다. 이들을 핵심공략층으로 선정할 경우 자전거 출퇴근에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정책 하나로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이다.
박 후보는 상대적으로 약세에 있는 청년층·화이트칼라 집단을 핵심 공략대상으로 선정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한국청년유권자연맹이 주최하는 '청연문화축제'에 참석해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을 향해 '스펙타파' 정책과 창업지원 등을 집중적으로 강조한다. 박 후보는 지속적으로 대학을 방문하고 아르바이트 체험 일정을 잡는 등 청년층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최근 샐러리맨들과의 점심 시리즈를 진행하는 것도 마이크로 타게팅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증권가와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을 주요 타겟으로 선정했다. 박 후보의 최근 여론지지 흐름을 보면 사무직에서 35~40% 정도의 지지율을 얻어 야권단일후보(55~60%)에 비해 20%포인트 이상의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표의 확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전략은 박 후보를 떠받치고 있는 35% 수준의 '콘크리트 지지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약한 야권 지지자를 흡수하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지나치게 미시적 정책에 매몰돼 국가 운영의 큰 방향성을 소홀히 하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 특정 집단의 지지를 단번에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카드를 찾기 위한 고도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별도로 박 후보는 야권단일화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강화하며 문재인·안철수 후보와의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정현 공보단장을 비롯한 박 후보측 핵심인사들은 연일 "야권단일화는 오로지 선거를 이기기 위한 권력 나눠먹기"라며 비난하고 있다. 동시에 여성대통령론을 부각시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날 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도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과 권영세 종합상황실장 등 핵심관계자들은 "여성대통령을 배출하는 것이 곧 정치개혁이고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며 박 후보 당선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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