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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싸이'는 문화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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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애국가'로 시작됐다. 서울광장 일대에 운집한 8만여명의 시민들이 애국가를 합창했다. 이윽고 텅 빈 무대에 싸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관중들을 지휘한 싸이는 노래가 끝나자 깊이 몸을 숙여 인사했다. 환호성이 터졌다. '쌈마이'와 'B급'을 표방하던 싸이가 장엄하기까지 한 애국가 합창 속에 등장하는 광경은 실로 기묘했다.

'강남스타일'의 선전이 마치 한국 가요의 서구 '정복'으로 묘사되며 우리 안의 열등감을 드러낸다는 시선도 적지 않았던 터다.여기에 9주간 국내 차트 1위를 차지했던 '강남스타일'의 음원 수입이 불과 3600만원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지는 과정도 내키지는 않았다. 지나치게 낮은 음원 가격과 불공정한 수익분배도 최근 주류시장 밖 인디 뮤지션들이 꾸준히 이의를 제기해 온 부분이다.
그러나 4일 오후 10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싸이의 공연은 복잡하고 비루한 우리 문화 현실을 잊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싸이는 노련했다. 라이브 공연으로 쌓아 온 내공을 이 날 무대에서도 아낌없이 터뜨렸다. 이에 화답하듯 엄청난 수의 관중들도 집단 퍼포먼스를 펼쳤다. 기대 밖의 성공과 관중들의 환호에 대한 놀라움도 솔직하게 드러냈다.

"한국에 사는, 두 아이를 가진 뚱뚱한 남자인 나를 싸이로 만들어줘서 온 몸으로 감사한다" '월드스타' 싸이는 잘 노는 엔터테이너였고 8만 관중이 동시에 뛰고 소리지르고 응원하며 무대 위 가수와 교감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스펙터클이었다.

이 날 서울시는 을지로와 소공로, 세종로 등 서울광장 일대의 교통을 통제하고 지하철 운행 시간을 연장할 정도였다. "가수생활하면서 가장 영광스러운 날"이라는 싸이의 말대로 한 가수가 이 정도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월드컵 등 국가적 행사에 맞먹는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한동안 다시 없을 일이다. 지나치게 유난스럽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다. 인정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공연을 즐기고 차가 없는 도로에서 축제를 누리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이런 '핑계'를 대서라도 가끔은 열광할 기회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8만명이 말춤을 추는 광경속에서 싸이는 진짜 '문화산업'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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