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모럴해저드 집중 점검키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28일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기업회생절차 신청 과정에서 계열사 차입금 만기전 조기 상환,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의 주식 처분 등 웅진 계열의 부당행위가 있었는지 일제히 점검하라"고 지시한 것도 오너의 도덕적 해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자금 사정이 어려운 웅진홀딩스가 계열사에서 빌린 부채는 예정 일자 보다 먼저 갚은 것과 관련해 개인투자자와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식구들은 살리는' 식의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150억원이 없어 극동건설을 부도내면서 계열사 돈은 꼬박꼬박 다 갚아준 것은 모럴해저드의 극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50억원은 법정관리 신청 이틀 전인 25일 극동건설이 1차 부도를 냈을 때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갚아야 했던 빚을 가리킨다.
윤 회장이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계열사 경영에 모두 관여할 수 있는 웅진홀딩스 대표로 취임했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법정관리에 돌입하더라도 기존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DIP제도를 웅진이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수 금융감독원 기업개선국장은 최근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홀딩스 대표로 취임할 경우 나머지 계열사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윤 회장의 대표 취임은 뭔가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DIP제도는 2006년 도입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관련 법률(통합도산법)에 들어있는 조항으로 법정관리에도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이 제도는 기업의 사정을 잘 아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법정관리를 받게 만든 장본인이 계속 경영을 맡는다는 것에 대해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업계에 따르면 법정관리 기업 가운데 95%가 기존 경영인이 그대로 경영권을 이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금감원은 극동건설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해 1200여 개 하도급업체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업체가 극동건설로부터 받아야 할 상거래채권 규모는 모두 2953억원(매입채무 2023억원, 미지급금 93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최근 채권은행 여신담당자들을 소집해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으로 인해 웅진계열 관련 하도급업체 등이 자금애로를 겪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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