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가 무제한 국채 매입을 약속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국채 매입을 시행하기 전까지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것으로 예상된다. 결코 ECB가 아무런 대가 없이 유럽 구제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은 셈이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국채 매입에 나설수 있다는 의사를 나타낼 때에도 많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드라기 총재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럽안정기구(ESM) 등 유럽 구제금융펀드와 협력해 ECB가 유로존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ECB의 유로존 국채 매입은 위기 국가들이 먼저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엄격한 재정 긴축을 받아들인 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가 그동안 유로존 위기 해법의 주체는 ECB가 아니라 개별 정부라는 점을 강조해왔다는 것을 강조하면 이같은 입장이 변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스페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와 드라기 총재 간의 최근 벌였던 실랑이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사실상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하는 스페인의 라호이 총리는 스페인이 재정긴축에 대한 약속을 하기 전에 ECB에 국채 매입 계획의 세부 내용을 밝히라며 계속 구제금융 신청을 미루고 있다. 드라기와 라호이가 먼저 카드를 내보이라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국채매입 방안을 공개할 드라기 총재가 결국 공을 스페인 정부에 넘기는 형태를 취할 가능성도 다분해 보인다. 마켓워치는 모든 것이 드라기에 달린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채 매입의 조건으로 긴축 등 혹독한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블룸버그 통신도 ECB가 구제금융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 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국채 매입을 중단하고 오히려 해당 국가 국채 매도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시장관계자는 "ECB의 조치가 ECB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치적 발전과 연계될 것이기 때문에 시장관계자들이 크게 실망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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