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다시금 생각난 것은 최근 키코(KIKO)피해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최대 70%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다. 그동안 키코를 잠시 잊고 있었다. 중소기업인들에게 경영악화와 부도 등 큰 고통을 남기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키코였지만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손해 규모는 수조원에 달했다. 피해기업들 중 일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은행 4곳을 상대로 고소까지 했다.
지금까지도 피해기업과 은행들의 소송은 진행 중이다. 피해기업은 리스크가 확대되는 엉터리 상품을 중소기업에게 판매한 은행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은행측은 기업 자의에 의한 거래였고 은행도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에 서울지방법원 1심 민사 21재판부가 키코 판매은행이 키코로 인해 얻은 수익의 60%~70%를 피해기업에 배상해주라고 판결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그동안 키코 소송에서 내려진 판결 가운에 처음으로 기업이 승소하게 된 것이다. 매우 큰 의미다.
공대위 한 관계자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의 결과"라며 그동안의 고통과 마음 고생을 조금이나마 털어냈다.
피해기업들은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됐다. 본연의 사업에도 매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총 15개사가 상고를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키코 사태다. 이번 첫 승소 이후의 새로운 결과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매우 중요하다.
피해기업들은 30일 서울 여의도에 모여 그동안의 진행상황과 향후 대응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소송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은행이 과실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때까지 필요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할 것을 다시금 결의했다.
키코 사태는 많은 우량 중소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들이 다시 우리나라 경제에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향후에도 재판부의 올바른 판단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인들이 다시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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