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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비자금 재판, 신상훈 전 사장 책임 옅어지는 진술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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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법정에서 도마 위에 오른 신한은행 비자금을 두고 검찰이 혐의 입증에 곤란을 겪고 있다. 내부자금 운용의 지시·보고 라인 관련 검찰은 포괄적인 질문을 이어가는 반면 증인 진술은 대상을 각각 구분해 이뤄진 탓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설범식 부장판사)는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신 전 사장과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 대한 속행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엔 신 전 사장이 행장을 지낼 때부터 이 전 행장까지 2대에 걸쳐 신한은행장 비서실장을 지낸 이모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신한은행 비자금의 조성 경위와 지시자를 밝히는데 집중했다. 검찰은 신한은행 경영진이 재일교포 주주가 기탁한 5억원과 故이희건 전 신한은행 명예회장에 대한 자문료 명목 15억여원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라 전 회장에 대한 수사 당시 개인 변호사비용으로 지급된 돈이 법인자금을 이용하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재일교포 주주 김모씨가 경영진에 맡긴 5억원 관련 김씨와 5억원의 관리 여부를 확인했다. 이씨는 ‘김씨가 입국했다고 보고하자 이 전 행장이 “각별히 모시라”지시하고 식사 자리에 동석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씨는 또 “신 전 사장의 경우 김씨와 일대일로 만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이어 이 전 행장의 지시로 5억원을 관리하며 비서실 직원들을 동원해 금융정보분석원의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300만~1700만원씩 잘게 쪼개 현금화한 뒤 이를 별도 대여금고에 보관하고 이를 이 전 행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그러나 “자금 관리는 비서실장에 일임된 것으로 구체적인 현금화 내역은 (이 전 행장이) 궁금해 한 적이 없어 보고한 바 없다”고 진술했다. 1년 6개월여에 걸쳐 현금화가 이뤄진 5억원 대여금고의 열쇠 및 잔액은 이씨가 비서실을 떠나며 이 전 행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전 사장의 지시로 이씨가 조달한 라 전 회장의 개인 변호사비용 명목 3억원의 출처와 배경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이씨는 3억원 관련 “(이씨 본인에 대한)대여금 명목으로 주주에게 빌렸지만 갚지는 않았다”며 “법인자금으로 조달할 성격의 돈은 아니고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 등이 해결하리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문제의 3억원을 신한은행 관계자들이 법인자금으로 변제하려 했을 것으로 보고 배경 확인에 나섰지만 은행장 업무추진비와 명예회장 자문료를 뭉뚱그려 심문한 탓에 만족할만한 진술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이씨는 “자문료는 명예회장의 돈이며, 라 전 회장의 변호사비를 신 전 사장이 업무추진비로 갚아야 했을지 본인으로선 모르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또 이씨를 상대로 라 전 회장에 대한 대검 수사를 전후해 자문료 사용내역 등 비자금 조성으로 의심되는 자금들의 출처·용처에 대한 지시·보고 대상이 누구인지 집중 추궁했다. 이씨는 “검찰 수사 종료 후 신 전 사장에게 종합보고를 드린 적은 있지만, 직속상관으로 이 전 행장을 모시는 상황에서 지주사로 자리를 옮긴 전임 상관을 찾아가 수시로 보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며 신 전 사장이 직접적인 보고대상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이씨에게 “이 전 행장이 ‘자문료 내년부터는 내게 말하지마라’고 한 것은 신 전 사장에게 보고하라는 취지 아니냐”며 재차 보고대상을 추궁했지만, 이씨는 “(그런 말이)의아했을 뿐, 내 상급자는 이 전 행장으로 자문료에 대해 이 전 행장의 시각이 부정적이었다 한들 신 전 사장에게 보고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씨는 검찰 조사 당시 이 전 행장과 신 전 사장 모두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그러나 “검찰 진술조서 내용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13번 소환돼 10여차례 조서를 작성하며 보고관계를 자주 물어와 기억이 부정확할 수도 있다”며 말을 흐렸다.

이씨가 검찰 심문사항마다 번번이 조금씩 엇갈리는 진술을 내놓은 데엔 지시·보고의 윗선에 대한 구분 여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관련 경영진의 책임을 확인하려 하고 있지만, 신한은행 비자금이 법정 공방으로 넘어온 배경엔 라 전 회장측과 신 전 사장 측의 내부불화 등 책임소재를 두고 논란이 분분한 탓이다. 앞서 지난 공판에선 신 전 사장측 변호인이 검찰 압수수색 자료를 증거로 제시하며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측이 신 전 사장의 개인비리로 몰아가려 한 정황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검찰 심문이 길어짐에 따라 오는 31일 변호인측의 반대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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