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보다 '투기'가 문제
독과점 등 외부요인도 많아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미국, 러시아 등 주요 곡물 생산국들의 가뭄과 폭염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가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와 Inflation의 합성어)' 공포에 빠졌다. 문제는 이 같은 국제 곡물가격 급등이 과거에는 7~12년 주기로 나타났지만 2000년 이후엔 2~3년 주기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 이후 국제 곡물가 급등은 총 여덟 차례 있었다. 1970~2000년 30년간 네 번, 2000년 이후 10여년간 또 네 번의 급등기가 있었다. 특히 2008년 6월 정점을 찍었던 곡물가격은 3년2개월만인 지난해 8월 다시 고점을 찍은 뒤 또다시 1년여 만에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이전까지 국제 곡물가 급등 주기는 7~12년에 한 번꼴로 나타났으나 최근 이 주기는 3년2개월(2008년 6월~2011년 8월), 1년1개월(2011년 8월~2012년 7월)로 대폭 줄어들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변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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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 원인도 다양해졌다. 2008년에는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 투기 자금 유입 등 곡물 외적인 요인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가뭄 등으로 절대적인 곡물 공급량 부족에 따른 것이다. 이번 곡물 가격 폭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 중서부 지역에 찾아온 50년 만의 가뭄이다. 하지만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투기적 거래가 이를 증폭시켰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초 이후 주요 곡물 가격이 일제히 30% 이상 급등하며 대두와 옥수수 가격은 2008년의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지만, 헤지펀드들은 여전히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 가격의 왜곡을 부추기는 요인중 곡물 메이저사들에 의한 독과점 구조도 빼놓을 수 없다. 카길, ADM, LDC, 번기 등 4대 곡물 메이저가 대표적이다. 이들 4대 메이저는 전 세계 곡물 교역량의 약 80%, 곡물 저장 시설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높은 곡물 가격과 큰 변동성이 곡물 시장의 트렌드로 정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밀과 옥수수의 자급도는 각 0.8%(2010년 기준), 콩은 8.7%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이런 상황에 더욱 취약하다. 한국의 해외정보 모니터링 기관인 국제금융센터는 "최근의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이 지난 2007년과 2010년의 국제 곡물 가격 상승 때보다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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