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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안세홍이 전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恨) 맺힌 이야기

▲ 안세홍 사진전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전시된 사진들. 40여점의 사진이 전시된 이번 전시회는 오는 26일까지 통의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계속된다.

▲ 안세홍 사진전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전시된 사진들. 40여점의 사진이 전시된 이번 전시회는 오는 26일까지 통의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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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어디에 있는 지도,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일본군의 총칼에 떨던 그녀들, 일본 제국주의 야욕에 꽃다운 청춘을 약탈당한 그녀들, 만주에서 윈난, 태평양 연안에 이르기까지 전장 최전선의 위안소로 내몰렸던 그녀들.

70여년 전 중일전쟁 당시 가족과 조국을 뒤로 하고 중국으로 떠난 조선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연이다.

일본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한국정부의 보상·지원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한 젊은 사진가가 땀 냄새 가득한 사진들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달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중국 각지를 돌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 7년의 시간.
사진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진실의 역사를 기록해 나가고 싶다는 사진가 안세홍(42) 씨는 “위안부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쟁과 여성인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 안세홍 사진전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열리고 있는 통의동 갤러리 류가헌 입구 모습. 사진에서 5년 전 작고한 고(故) 박대임 할머니가 지도 속 조국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다.

▲ 안세홍 사진전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열리고 있는 통의동 갤러리 류가헌 입구 모습. 사진에서 5년 전 작고한 고(故) 박대임 할머니가 지도 속 조국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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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안세홍 사진전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열리고 있는 종로구 통의동의 갤러리 류가헌. 기역(ㄱ)자 모양의 자그마한 전시장에 40여점의 위안부 할머니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머나먼 타국 땅에서 살아온 인고의 세월을 말해 주듯 사진 속 할머니들의 주름이 깊게 패어 있다.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조선이 해방됐을 때에도 이들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척박하고 낯선 땅에 버려졌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줄 유일한 문서인 외국인거류증을 들고 오열하는 고(故) 박대임 할머니, 중국 흑룡강성 오지의 양로원에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는 이수단 할머니. 안 씨는 할머니들의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안 씨가 2001년부터 베이징, 상하이, 산둥, 만주 등 중국 전역을 누비며 만난 할머니는 총 12분. 이 중 8분은 이미 운명을 달리하셨다. 그마나 살아 계신 4분 중에서도 2분은 조국 땅을 밟지 못하고 중국에 머물고 있다.
안 씨는 “할머님들이 워낙 고령이신데다 소식을 접하는 게 어려워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한참 뒤에 듣는 경우도 있다”며 “생전에 조국에서 가족들과의 삶을 꿈꾸셨던 분들이 많았다”며 안타까워했다.

2001년 중국을 다녀온 이후 여성부(현 여성가족부)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호소했던 기억도 더듬었다. 당시 정부는 할머니들이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이런 가운데 2005년이 돼서야 비로소 6명의 할머니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안 씨는 “보통 국적을 바꾸는 데 1년에서 1년 반 정도가 걸린다”면서도 “할머님들이 워낙 고령이셔서 장거리 이동이 어렵고 한국에 가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6개월 만에 국적 변경을 받을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 안세홍 사진가는 "위안부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쟁과 여성인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 씨는 앞으로 일본 사진전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도시에서 위안부 할머니 사진전을 갖을 예정이다.

▲ 안세홍 사진가는 "위안부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쟁과 여성인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 씨는 앞으로 일본 사진전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도시에서 위안부 할머니 사진전을 갖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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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 소외 계층의 단면을 사진으로 표현해 왔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1996년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터인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때부터다. 2000년부터 약 3년 동안은 한국정신대연구소에서 자원봉사하며 할머니들의 상처를 몸으로 직접 체험했다. 그리고 2001년 한국정신대연구소와 중국에 남겨진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태 조사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할머니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사진전도 가졌다. 1998년 창원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주제로 첫 사진전을 연 이후 매년 사진전을 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도쿄의 사진 갤러리 니콘살롱에서 사진전을 갖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행패를 부리는가 하면 곳곳에 CCTV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등 일본 우익단체들과 갤러리 측의 온갖 방해와 눈총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공적으로 사진전을 마쳤다.

오는 26일까지 계속되는 서울 사진전 이후에는 도쿄와 히로시마, 오키나와 등 일본 12개 도시에서 사진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뉴욕, 파리, 베를린, 런던 등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국제사진전도 개최한다는 게 안 씨의 생각이다.

그는 “일본 정부가 나서서 정보를 통제하고 치부를 덮으려 해 일본 사람들이 위안부 내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면서도 “이런 사진전을 통해 양심 있는 일본사람들이 하나 둘 진실을 알게 된다면 그 힘은 대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사진전과 함께 강연회도 열어 할머니들의 삶을 기록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을 것”이라며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겹겹 프로젝트’도 겹겹이 쌓인 할머니들의 한(恨) 만큼 많은 사람들이 겹겹이 참여해 목소리를 내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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