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버냉키가 간밤 입을 열었다. 뉴욕증시는 버냉키의 한마디 한마디에 실망에서 환호로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시장이 가장 기대했던 한 마디 '제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지는 않았으나,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이에 따른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 뉴욕시장은 안도했다. 18일 증시 전문가들은 박스권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는 코스피가 바닥을 단단히 다져가고 있는 가운데 '버냉키의 입'에서 비롯된 안도 국면이 이날 증시에 나타날 것으로 점쳤다.
2분기 기업 실적은 하반기 경기 둔화로 감익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이런 우려가 선반영됐다고 판단되는 만큼 2분기 실적 발표가 주가에 크게 부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은 오히려 감익이 우려되는 화학주로 기관 저가 매수가 유입되며 시장대비 강세를 보였다. 시장의 방향은 기술적으로 좁은 수렴대가 마무리되는 이번달 하순 정도에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인지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코스피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추가 상승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한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 5월 급락 후 이미 2개월 이상 바닥 확인 과정을 거쳤고, 1750~1800 수준이 매우 중요한 지지대임을 감안하면 시장이 단기적으로 다소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결국 상승 폭을 확대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을 수 있다. 중기적인 상승 목표치는 1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940 수준이다. 이미 2개월 이상 박스권 하단선의 지지력을 확인해 하방 경직성이 강할 전망이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 OECD 주요국가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과 민간소비 증가율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대략 90% 이하까지는 소비성향이 강화되는 반면 그 이상의 구간에서는 오히려 소비성향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911조원을 상회하며 가처분소득 대비 84.7%에 이른 가계부채는 민간소비 둔화가 나타나는 임계치에 근접하며 국내 내수 성장탄력을 제한할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주택담보 중심의 가계대출은 올 연말부터 내년에 걸쳐 대출만기 도래와 거치기간이 종료되는 물량이 46% 정도로 과반에 육박하며 국내 가계의 이자상환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수요측면인 경제활동인구의 성장세 둔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낙찰가율이 2008년 평균인 84.5%를 하회한 75% 선에서 형성되고 있고 경매진행건수도 증가하는 등 이미 원리금상환에 대한 부담은 진행 중이다.
따라서 주택가격에 민감한 국내 가계대출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전반적인 주택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기인해 하반기 가계지출 부담을 비롯한 민간소비 성장탄력은 제한적인 횡보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하반기 국내 경제성장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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