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 복지예산 증가 등으로 지자체 재정악화가 문제되고 있지만, 주민투표 당시만 해도 '가난한 아이들에게 눈칫밥 먹여서야 되겠냐'는 주장이 국민들의 가슴을 파고들면서 재정, 부자지원 문제 등의 논리는 힘을 얻지 못했다.
얼마 전 만난 한 기업인은 '장사는 될 때 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잠시 주춤할 때 우리 기업들이 앞서 나간 사례가 많이 알려지고 있는 데 이런 때일수록 기업의 발전동력이 가속화돼야 한다. 잘 나가는 기업의 발전동력을 꺼뜨려서는 안된다.
시장경제에서 경쟁은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차이가 벌어지게 되는데 이를 조정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을 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중소기업의 보호를 위한 대중소상생협력법, 그리고 대형마트ㆍ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등 정부는 여러 법에서 규제와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대ㆍ중소기업의 양극화에 대해서도 좀 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올 4월 발표된 KDI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중소기업의 부가가치증가율(9.8%)이 대기업(8.7%)보다 높게 나타났다. 통계상으로는 중소기업 전체가 대기업보다 나빠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현 정부들어 대중소기업간 영업이익률 격차가 계속 줄다가 2010년 확대되면서 양극화 주장에 힘이 실렸으나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작년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5.44%)이 대기업(5.38%)을 앞질러 분명치 않다. 다만, 영업손실을 기록한 중소기업이 이전보다 늘고 있는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이처럼 양극화의 실재 여부가 불명확한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무턱대고 규제부터 해서는 곤란하다. 대기업을 규제해서 중소기업의 경영여건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우리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하지 않더라도 시장과 소비자가 기업을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노키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일등기업도 시장과 소비자를 외면하면 한순간에 밀려날 수 있는데 규제까지 발목을 잡아서는 기업하기 힘들어진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모으고 조율하며 이를 정책으로 구현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한 쪽 귀만 열고 다른 쪽을 닫아서는 안 된다. 선거를 앞두고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고 기업한테는 사기를 불어넣는 좋은 정책을 기대해 본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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