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은행의 여신업무 총괄 담당자들을 면담조사한 결과 '가계 신용위험지수'가 2ㆍ4분기 22에서 3분기 38로 급등했다. 2003년 3분기(44) 이후 9년 만의 최고치이며,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던 2009년 2분기(25)보다 훨씬 높다. 지수가 높을수록 신용위험도는 커진다. 기업까지 포함한 '종합 신용위험지수'도 2분기 24에서 3분기 38로 급등해 2009년 1분기 이후 최고치다. 가계와 기업이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할 '신용위험'이 실제로 그만큼 급등한다는 게 아니다. 은행들이 보기에 그렇다는 얘기다.
대출운용에 대한 이런 태도는 대출수요의 판단에 비해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대기업 대출수요지수(2분기 13에서 3분기 6으로)와 가계 주택담보대출수요지수(9에서 3으로)는 낮아졌지만 중소기업 대출수요지수(25에서 31로)와 가계 일반자금대출수요지수(6에서 9로)는 높아졌다. 중소기업 운전자금과 가계 생활자금 대출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은행들은 바로 이 두 가지 대출에 인색한 태도를 보인다.
은행의 '비 올 때 우산 빼앗기'는 고객에 대한 배신이다. 이것은 불경기로 현금창출 능력이 약화돼 운전자금을 빌려야 하는 중소기업과 소득정체나 부채상환 부담으로 생활자금이 부족한 가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우산을 계속 받쳐주면서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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