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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리더學]몸 바쳐 '왕'지킨 최영…몸 다칠까 '왕'이 된 이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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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리더 ⑤요동정벌로 운명 갈린 두 영웅
[포커스리더學]몸 바쳐 '왕'지킨 최영…몸 다칠까 '왕'이 된 이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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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과 이성계가 맞섰던 고려 말은 권문세족과 신진사대부 사이의 갈등이 심화돼 가던 때다. 당시 대륙에서는 원나라가 쇠퇴하고 명나라가 새로 일어나 고려 조정도 보수세력인 친원파 권문세족과 개혁 세력인 친명파 신진사대부가 대립하고 있었다. 당시 양대 세력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최영(1316~1388)과 이성계(1335~1408년)다.

최영과 이성계는 똑같이 고려 말의 뛰어난 무장이었고, 홍건적과 왜구를 물리치는데도 함께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우왕 14년(1388년) 요동정벌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결의 길로 접어든다.
요동정벌론은 1368년 원나라를 멸망시키고 중국의 새 주인이 된 명나라가, 원이 쌍성총관부를 설치하고 관할했던 고려의 철령 이북 지역을 자국의 직속령으로 삼기 위해 철령위를 설치하겠다고 통고해 옴으로써 불거졌다. 고려 조정은 크게 반발했고, 친원파인 최영을 중심으로 요동정벌론이 일어난다. 요동은 명나라의 고려에 대한 전진기지다. 그러나 친명세력인 이성계는 사불가론(四不可論)을 들고 나와 이를 반대했다.

사불가론(四不可論)은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거스르는 일은 옳지 않고, 여름철에 군사를 동원하는 것은 알맞지 않고, 요동을 공격하는 틈을 타서 남쪽에서 왜구가 침범할 염려가 있고, 무덥고 비가 많이 오는 시기라 활의 아교가 녹아 무기로 쓸 수 없고 병사들이 전염병에 걸릴 염려가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우왕은 이성계의 사불가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최영을 팔도도통사, 이성계를 우군도통사, 조민수를 좌군도통사로 삼아 요동정벌군을 출정시킨다. 또 자신도 최영과 함께 평양까지 가서 출정군을 독려한다.
이성계와 조민수가 거느린 5만의 정벌군이 압록강의 위화도에 도착한 것은 5월이었다. 정벌군은 그 곳에서 전열을 가담은 후 압록강을 건너 요동성을 공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장마가 시작되어 강물이 크게 불어나 강을 건너지 어려워진데다, 병사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져 있었다. 또 더운 날씨에 활이 풀리고, 갑옷이 무거워 전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성계는 상소를 올려 그러한 사실을 알리고, 군사를 되돌릴 것을 청한다. 그러나 우왕과 최영은 이성계의 상소를 묵살하고 진군을 독촉했다. 승패가 뻔한 진군 명령을 따를 수 없다고 판단한 이성계는 조민수를 설득해서 군사를 되돌린다. 이 소식을 들은 우왕과 최영은 황급히 개경으로 돌아와, 군사를 모아 이성계의 군대와 맞서 싸운다. 그러나 요동정벌에 나섰던 대군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성계는 우왕을 폐위시켜 강화도로 귀양 보내고, 최영도 붙잡혀 고봉으로 유배됐다가 처형된다.

이후 이성계는 조민수까지 제거해 정권을 장악한 후, 사전혁파와 군제 개편 등 개혁을 단행해 새 왕조를 세우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그 4년 뒤인 1392년 정도전, 조준 등의 추대를 받아 조선을 건국하고, 왕위에 오른다.

최영은 무너져가는 나라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고려의 마지막 명장이었고 이성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새 나라를 세웠다. 두 사람이 그처럼 엇갈린 길을 걷게 된 배경을 무엇일까?

대대로 높은 벼슬을 했던 가문 출신인 최영은 자연스럽게 권문세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쪽으로 기울었고 중앙 정계에 기반이 없던 이성계는 새로 떠오르기 시작한 신진사대부들과 손을 잡았다. 또 최영은 이성계보다 나이가 열아홉 살이나 위로, 젊은 이성계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군인으로서의 출신 배경도 두 사람의 삶을 엇갈리게 했다. 최영은 왕의 친위대인 우달치 출신으로 왕조를 지키고 왕을 보호하는 것을 자신의 가장 큰 임무로 생각했고, 이성계는 자신의 군사력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했다.

사람은 누구나 출생 배경과 성장 환경이 다르다. 그리고 그러한 조건들은 살아가는데 일정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누구보다 청렴결백했고, 고려 최고의 명장이었던 최영도 결국 그러한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걸었다. 고려 왕조까지 멸망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최영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 함몰돼 있었기 때문인 셈이다.

그는 이성계가 반역을 꾀하리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한 채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그를 사지로 몰아넣었고, 이성계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반역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성계는 민심이 이미 모순되고 부패한 고려 왕조로부터 떠나 있다는 것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개혁의 기치를 들고 성공적으로 새 왕조를 건설할 수 있었다.

라이벌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수집하고 분석해서 필승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출신 성분이나 성장 배경 등 자신이 처한 상황에 함몰되지 않고,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창조적인 노력과, 미래를 향한 열린 안목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들이 요동정벌 문제로 명암이 엇갈린 최영과 이성계의 생애를 되돌아보며 갖게 되는 소회다.




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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