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국 정부주도형 수출 비난에 '수출의 날'→'무역의 날'로 변경하기도
정부는 수출 1억달러 달성을 축하하기 위해 1964년 12월5일을 '수출의 날'로 정하고 성대한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상공부가 주최하고 코트라가 주관해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 자리)에서 열렸다. 박정희 대통령과 삼부요인(국회의장ㆍ국무총리ㆍ대법원장)을 비롯해 수출단체 및 업계 대표 등이 대거 참석한 거국적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수출공로 업체들에 대한 표창장이 주어졌다. 천우사ㆍ삼호무역ㆍ영풍상사ㆍ동명목재상사ㆍ성창기업ㆍ판본무역ㆍ삼성물산 등 7개 업체가 식산(殖産)포장을, 한국합판협회ㆍ대한방직협회ㆍ한국해태수출조합ㆍ한국생사수출조합이 대통령 표창을 각각 받았다. 이 중 천우사는 1964년부터 4년 연속 수출실적 1위를 기록한 무역회사였다. 1960년대 수출진흥 정책의 총아로 불린 천우사는 '보세가공'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의류 및 합판을 수출했다.
수출의 날 행사는 해를 거듭하면서 수출업계 최대 잔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다 1980년대 중ㆍ후반 들어 수출의 날 행사는 변화를 겪게 된다. 1980년대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미국 및 유럽공동체(EC) 등 주요 교역국으로부터 불공정 무역관행이나 반덤핑 관세 및 상계관세 등 통상마찰이 가열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주도해 수출 위주의 정책을 추진한다는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해 1988년부터 수출의 날을 '무역의 날'로 이름을 변경하게 된다. 주관 기관도 코트라에서 한국무역협회로 바뀌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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