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향후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세계 경기 침체 우려는 물론 유럽과 중국 내 경기전망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 정제설비를 내수를 기준으로 가동한다고 가정하면 가동률은 2015년에 76%, 2020년 82%이고, 2030년에야 적정 가동률이라고 할 수 있는 8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수요에서 석유화학 회사나 한국전력 등의 직수입 물량을 제외하면 2030년에 정제시설 가동률은 60%를 약간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유 부문에서 내수 대비 정제시설의 과잉상태가 앞으로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석유제품 수출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국내 석유산업에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아시아·태평양 지역 석유수요는 2010~2030년 기간 중 연평균 하루 72만배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 세계 석유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품별로 수급상황이 동일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태평약 지역의 휘발유, 등유, 제트유, 경유는 지속적으로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지면서 해외 수출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며, 반대로 나프타와 LPG 연료유는 공급부족으로 역외로부터의 수입이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은 향후 수급 전망에 따라 석유정제 시설에 대한 투자를 선택적으로 증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아태지역 석유수요 증가가 정제시설 증가를 상회하고 납사와 LPG공급부족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주요 석유제품의 공급과잉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상업정제시설 투자의 확대는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태지역에서는 국영석유회사 중심으로 정제능력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단순 정제마진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도화 설비에 대한 선택적 증설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중질유 분해설비 비율이 19%로 주요국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중질유 분해설비 가운데 정제마진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첨분해설비(HDU)의 추가증설을 통해 고도화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석유수요 증가 잠재력이 큰 아태지역 신흥경제국의 국영석유회사들과의 전략적 제휴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들의 국영석유회사들은 아직 선진 수준의 정제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국내 정유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선진 기술은 국영석유회사들과의 제휴를 성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연관 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하류부문 진출 전략이 요구된다”며 “해외 석유화학기업과 연계를 통해 정유부문에 진출하거나 국내 플랜트기업, 자원개발기업과 연계를 통해 '패키지형'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아태지역은 휘발유 등유·제트유 경유의 공급과잉 물량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 현재와 같은 수익성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판매경쟁이 예상되는 휘발유 등유·제트유 경유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수출선 확보가 요구된다.
또 허리케인으로 인해 북미지역 정제지설의 가동중단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을 감안해 북미지역을 계절에 따른 전략적 수출지역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세를 보이는 남미지역에도 수출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업체별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신규사업 진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해외자원개발과 2차전지 분야에 출사표를 냈으며, GS칼텍스는 GS에너지를 통해 종합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분야와 유류저장사업, 윤활기유 사업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대규모 석유화학 부문 증설을 끝마친 S-OIL도 석유화학 제품과 윤활기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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