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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기획입국설만 고스란히 남겨 둔 '가짜편지'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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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지난 대선 판을 뒤흔든 ‘기획입국설’의 실마리 ‘가짜’편지는 없다, 배후도 없다. 지난해 말부터 서로 물고 물리는 고소·고발로 난전 양상을 빚던 'BBK 가짜편지‘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잠정적으로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며 정치권의 거센 파장이 점쳐진다.

BBK의혹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는 지난해 신경화·신명 형제를 고소했다. 본인의 수감동료였던 형 신경화씨와 편지의 실제 작성자라고 주장한 동생 신명씨가 자신의 입국과 관련 “여당과 함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낙선운동을 벌이기로 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낙선계획을 수립해 그 대가로 무료변론·가석방 등을 당시 여권에 약속받았다”는 형 신경화씨의 법정 증언은 모두 거짓이라며 “편지 작성대가로 형의 감형을 한나라당으로부터 약속받았다”고 주장한 신명씨에겐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따라붙었다. “4·11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악의적인 흑색선전”이라며 선거대책본부 차원에서 고발에 나섰다.

화살이 모두 본인들에게 쏠리자 신경화씨도 “김경준에게 속아 미국 교도소에서 1년 더 복역했다”며 김경준씨를 고소했다. 이후 미국에 머물던 핵심관계자 신명씨가 입국해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며 편지의 실체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할 무렵 김경준씨는 다시 “편지를 공개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칼 끝을 홍준표 전 대표에게 돌렸다.

꼬리에 꼬리를 문 고소·고발 난전과 달리 검찰이 그간 파악한 편지의 실체는 실로 간명하다. ‘가짜편지’는 없다. 수감생활을 줄이려고 당시 여권 측의 도움을 빌리려 한 김씨의 제안을 접한 신씨 형제가 상의 끝에 오히려 야권(옛 한나라당)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작성한 ‘대필편지’라는 것이다.
이들은 작성한 편지를 양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던 양승덕 경희대 행정실장에게 전했고, 편지는 당시 이명박 캠프 상임특보를 지낸 김병진 두원공대 총장,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거쳐 홍준표 전 대표에게 전달됐다.

검찰은 편지 대필자로 지목된 신명씨가 검찰 소환을 전후해 주장한 “한나라당의 주문”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편지작성을 요구한 자도 없었거니와, 편지를 건네받은 이들도 편지의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인의 수감생활을 줄이려 한 김경준씨의 편지 작성 제안이 첫 돌을 놓고, 마찬가지로 형의 수감생활을 줄이려 한 신명씨의 대선 판도에 대한 판단이 편지 내용을 바꿨고, 당선을 위해 상대 후보에 타격을 가하려 한 당시 여·야의 대응이 ‘기획입국’의 형태로 판을 키웠다는 이야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조만간 이와 같은 결론을 담은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셈법으로 빚어진 일일 뿐이라는 검찰의 해석에도 결국 결과적으로 야권의 거센 저항을 부를 전망이다. 당시 여권의 무료변론 제안이 있고난 뒤, 신명씨가 야권을 택해 편지를 전달했지만 편지를 건네받은 인사들이 편지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누구도 알지 못했다면 애초 편지작성을 제안한 김경준씨와 당시 청와대 및 대통합민주신당의 기획입국 공모 가능성만 고스란히 남겨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주가조작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가 징역 1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수감을 앞두고 검찰의 수사에 대한 기대를 밝힐 정도로 ‘가짜편지’의 배후가 현 여권에 놓여있으리란 기대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단 한차례도 부르지 않고 종결한 내곡동 사저의혹과 결국 ‘진짜몸통’은 못 잡아낸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에 이어 기획입국 진위 가림마저 사실상 여권의 판정승에 가까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비춰지는 가운데, 정치권의 특검 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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