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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 2단계로 나눠 협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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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개시 선언…이달중 첫 회의 열릴듯
'주고받기' 아닌 '틀 정한 후 끼워넣기' 방식
"북 핵실험 앞두고 협상 적기 아니다" 지적도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최대열 기자]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첫발을 뗐다. 중국과의 FTA는 여타 FTA와 비교해 무게감이 다르다. 한국의 최대교역국이자 북한의 최대동맹국, 아울러 미국ㆍ유럽연합(EU)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권과의 FTA를 마무리 짓는다는 측면에서다. 정치ㆍ경제적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FTA 협상보다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은 2일 중국 베이징에서 통상장관회담을 연 뒤 한중FTA 협상개시를 선언했다. 양국 장관은 합의된 협상원칙을 발표하고 이르면 5월중 첫 협상회의를 연다고 발표했다.

통상교섭본부는 2일 "한중FTA 협상의 가장 큰 특징은 두 단계에 걸쳐 협상을 진행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민감품목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먼저 1단계에서는 양국의 민감품목을 어떻게 처리할지, FTA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등 협상의 뼈대를 놓고 논의한다. 양국은 1단계서 합의를 보면 2단계에서 이같은 골격에 따라 구체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양자간 FTA에서 이같은 방식을 적용키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ㆍEU와의 FTA협상에서 품목군에 따라 서로 '주고 받는 식'으로 협상을 진행했다면 이번엔 틀을 정한 후 품목을 여기에 집어넣는 방식이다. 최석영 FTA교섭대표는 이에 대해 "아세안(ASEAN)과 같이 다자간 협정에서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1단계에서 협상이 진척되지 않을 경우 2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중단할 여지를 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내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군을 위해 민감품목을 다시 일반민감품목과 초민감품목으로 나눴다. 쌀과 같은 초민감품목은 양허제외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이 민감품목에 대해 이같은 과정을 공식화함으로써 협상은 '장기전'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중국 모두 민감품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협상에 임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농수산업ㆍ섬유업종 등을, 중국은 자동차ㆍ기계업종을 민감품목으로 분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감품목을 어느 선에서 처리할지가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과정에서 장치를 마련한 것과 별도로 사전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해 반발이 우려된다. 부실한 내부 협상때문에 한ㆍ미FTA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농민단체의 반발로 2월 공청회가 파행을 겪은 사례에서 보듯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의 이해 관계자들을 전혀 설득하지 못한 채 협상이 시작돼 극심한 내부 반발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외교통상부 앞에서 농수축산연합회 주최로 열린 '한-중FTA 협상개시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지웅 기자 yangdoo@

3일 서울 외교통상부 앞에서 농수축산연합회 주최로 열린 '한-중FTA 협상개시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지웅 기자 yang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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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안보적인 측면에서 한중FTA에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FTA는 경제 협정이지만, 외교ㆍ안보 문제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면서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때문에 한ㆍ중 6자회담 대표가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민감한 현안이 걸려있는 지금은 협상을 개시할 적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과 FT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이다. 우선 한국은 중국이 그간 FTA를 맺었거나 협상중인 국가 가운데 경제규모가 가장 큰 축에 속한다. 또 중국은 한·중 FTA를 발판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정치ㆍ경제적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만큼 한국이 협상과정에서 우위에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적극적인 중국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중국이 정치ㆍ경제적으로 대전환기에 놓인 만큼 한국이 협상과정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와 반대로 의외로 협상이 순항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그간 FTA를 맺은 전례를 비춰보면 일정부분 손해를 감내하고 협정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더밍 상무부장은 "2년 안에 협상을 끝내길 희망한다"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소 북경연구소장은 "중국이 한중FTA를 통해 경제적 실익을 보겠다는 측면보다는 아시아지역에서 경제ㆍ안보를 아우르는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 짙다"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개성공단 생산제품에 대해 특혜관세를 미리 합의한 점도 눈에 띈다. 미국ㆍEU와 FTA에서는 발효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어떻게 할지 다시 논의하기로 한데 비해 한ㆍ중FTA에서는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한 것이다. 최 대표는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유도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실익'을 볼 수 있겠지만 정치ㆍ안보측면에선 손익을 따지기 힘들기에 그만큼 셈법도 복잡해졌다. 특히 한국의 최대동맹국인 미국이 최근 몇년 새 적극적인 동아시아 정책을 펼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점은 한국에게 부담이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경제는 상호이해관계가 비슷하지만 정치적 차원에서 한국과 중국간 이해관계는 다르다"며 "중국이 일본이나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카드로 한국을 유용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FTA의 효과는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김기홍 부산대 교수는 "협상 과정에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 협상 결과를 대외 협상 카드로 쓰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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