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 김 교사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8시까지 출근해 8시30분부터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45분짜리 수업이 하루 평균 4~5개 있다. 쉬는 시간 10분을 틈틈이 쪼개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있는 1시간 점심시간에는 학생들 급식지도를 하고 남는 시간에 밥을 먹는다. 이마저도 학생들이 상담하러 찾아오면 먹는둥 마는둥 한다.
김 교사는 "지난 학기에는 꼭두새벽에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서 가출한 학생을 데리고 온 적도 있다. 학부모들도 나몰라라하는 학생들을 다시 학교로 데리고 와도 학생도, 학부모도 아무도 고마워하지도 않았다"며 "학교에서 지시하는 업무도 많은데 학생들의 모든 학교 안팎의 생활을 다 책임져야 하는 점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각 학교마다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담임에 대한 책임과 업무는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이에 대한 처우나 교육여건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학교폭력을 방치한 한 중학교 교사가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교사들 사이에서 담임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담임을 맡을 경우 늘어나는 업무량이 상당해 평일에 2~3시간씩 추가근무를 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며 "특히 맡은 반 학생 중에 소위 말하는 '문제 학생'이 있으면 1년 내내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의 학교폭력 사태와 관련해 교사들의 사기도 많이 꺾였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이 담임을 맡을 경우 받는 수당은 월 11만원으로 10년째 동결 상태다. 퇴근 시간 후 추가 업무에 대해서도 시간당 7000~8000원 가량의 수당을 받는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행정당국은 담임교사가 보람과 긍지를 갖고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생활지도권 확보, 담임수당 인상 등 인센티브 확대, 학급당학생수 감소 등 제도적 환경조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정부에서 추진하는 '복수담임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현재 있는 담임도 서로 안 맡겠다고 하는데 복수담임제를 도입할 여력이 되겠냐는 것이다. 복수담임제는 학생 수가 많거나 업무 부담이 많아 담임이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제도다. 한 교사가 전반적인 학급 관리를 맡으면 다른 한 교사가 학생 관리를 담당하는 식이다. 올해 중학교를 우선으로 도입하고 내년부터 고등학교에 확대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현재 우리 학교는 교사들 중 70% 이상이 담임을 맡고 있고, 나머지는 임신한 교사들이거나 부장 교사들이다"며 "교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복수담임제를 시행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중학교 교사도 "복수담임제가 시행되면 오히려 교사들 간에 책임 떠넘기기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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