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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담임도 안맡는데, 복수담임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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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대구에서 중1학생을 가르치는 김해영(가명·34)씨는 올해로 교직생활 6년차 교사다. 학교에 들어온 첫 해를 제외하곤 줄곧 담임을 맡아 학생들을 지도했다. 마음 같아서는 담임을 맡지 않고 싶지만 연차가 짧은 젊은 교사가 담임을 맡지 않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학기 중 김 교사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8시까지 출근해 8시30분부터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45분짜리 수업이 하루 평균 4~5개 있다. 쉬는 시간 10분을 틈틈이 쪼개 행정업무를 처리한다.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있는 1시간 점심시간에는 학생들 급식지도를 하고 남는 시간에 밥을 먹는다. 이마저도 학생들이 상담하러 찾아오면 먹는둥 마는둥 한다.
공식적인 퇴근시간은 4시30분이지만 방과후활동을 하면 한두시간씩 수업이 더 있는 날이 많다. 수업이 끝나면 본격적인 행정업무에 들어간다. 가정통신문을 만들거나 공문을 작성하고, 이와 관련한 통계를 내고, 성적 장학금 추천을 하고, 심지어 1학년 학생들 명찰을 만드는 일도 담임인 김 교사의 할 일이었다.

김 교사는 "지난 학기에는 꼭두새벽에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서 가출한 학생을 데리고 온 적도 있다. 학부모들도 나몰라라하는 학생들을 다시 학교로 데리고 와도 학생도, 학부모도 아무도 고마워하지도 않았다"며 "학교에서 지시하는 업무도 많은데 학생들의 모든 학교 안팎의 생활을 다 책임져야 하는 점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각 학교마다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담임에 대한 책임과 업무는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이에 대한 처우나 교육여건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학교폭력을 방치한 한 중학교 교사가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교사들 사이에서 담임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서울 A중학교는 50개 학급에 담임 신청자가 20명에 그쳤으며, 서울 B중학교는 83명 교사 중 10명만 담임을 신청했다. C고등학교 역시 140명의 교사 중 담임을 지원한 사람은 12명에 불과했다. 될 수 있으면 '담임은 피하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담임을 맡을 경우 늘어나는 업무량이 상당해 평일에 2~3시간씩 추가근무를 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며 "특히 맡은 반 학생 중에 소위 말하는 '문제 학생'이 있으면 1년 내내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의 학교폭력 사태와 관련해 교사들의 사기도 많이 꺾였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이 담임을 맡을 경우 받는 수당은 월 11만원으로 10년째 동결 상태다. 퇴근 시간 후 추가 업무에 대해서도 시간당 7000~8000원 가량의 수당을 받는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행정당국은 담임교사가 보람과 긍지를 갖고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생활지도권 확보, 담임수당 인상 등 인센티브 확대, 학급당학생수 감소 등 제도적 환경조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정부에서 추진하는 '복수담임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현재 있는 담임도 서로 안 맡겠다고 하는데 복수담임제를 도입할 여력이 되겠냐는 것이다. 복수담임제는 학생 수가 많거나 업무 부담이 많아 담임이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제도다. 한 교사가 전반적인 학급 관리를 맡으면 다른 한 교사가 학생 관리를 담당하는 식이다. 올해 중학교를 우선으로 도입하고 내년부터 고등학교에 확대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현재 우리 학교는 교사들 중 70% 이상이 담임을 맡고 있고, 나머지는 임신한 교사들이거나 부장 교사들이다"며 "교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복수담임제를 시행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중학교 교사도 "복수담임제가 시행되면 오히려 교사들 간에 책임 떠넘기기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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