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더이상 서민 대표 상품 아니다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라면과 소주. 이 두 제품의 특징은 경기 불황이면 매출이 오히려 늘어나는 서민 대표 상품이라는 점이다. 싸고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기 때문에 라면 소비가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소주를 찾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
14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이달 9일까지 라면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5.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과 비교해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팍팍해졌기 때문에 라면 매출이 올라간 셈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소주의 매출은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홈플러스에서도 같은 기간 라면과 소주 매출은 각각 9%, 2.7% 늘어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동기간 롯데마트에서는 라면 매출이 19.8% 올랐지만 소주 판매량은 오히려 5% 줄어들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또 최근 애주가들 사이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소폭'이 인기를 모은 것도 소주 매출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원인 중에 하나로 풀이된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면서 맥주 소비가 늘어나는 대신 소주 소비는 줄어들어 서민 상품으로서 소주가 대표성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원인을 찾는 의견도 있었다. FTA를 통해 와인수입이 자유로워지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소주 시장이 줄었다는 것.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한·칠레 FTA, 한·유럽연합(EU) FTA 등이 잇따라 체결되면서 와인 수입이 늘었고, 대형마트에서 와인 매출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주의 매출이 정체되거나 감소한 사이 와인 매출은 9.5%(홈플러스) 가량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과거에는 불경기에 소주와 라면 등 '경기 불황형' 상품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지만 최근 소주는 그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줄었다"며 "시대에 따라 서민들의 소비행태도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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