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선을 뚫은 지수는 탄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 8일 증시 전문가들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안전자산 선호현상의 완화, 이로 인한 외국인 매수세 지속, 기존 악재에 대한 글로벌 증시의 내성 등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른 2000선 안착을 예상해볼 수 있다는 평가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9일 옵션만기는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증시 기반여건은 여전히 우호적"이라며 "주요국들의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이나 경기부양책 발표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돼 그리스 문제가 극단적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면 2000선 안착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유동성 위기극복을 위한 각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이미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2014년까지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역시 이번달 말 유럽중앙은행(ECB)의 2차 장기대출(LTRO) 시행을 앞두고 있다.
주식 매수 기회를 노리는 대기 자금 역시 풍부하다. 임수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개인은 올해 들어서만 6조6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고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도 새해 들어서만 3조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출됐다"며 "이들 자금은 지난해 8월부터 박스권 트레이딩을 반복해왔다는 점에서 증시를 이탈하는 자금이라기보다 차익 실현 이후 재매수 기회를 노리는 자금"이라고 판단했다.
대기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한쪽 자금이 빠지면 증시의 수급이 무너지는 패턴보다는 각 투자주체들이 주거니 받거니 번갈아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임 애널리스트는 "증시의 방향은 여전히 위쪽으로 열려 있다"며 "매기의 확산에 따른 순환매 장세가 연장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를 염두에 둔 리밸런싱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탄탄한 2000선 안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우호적인 환경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며 "실제로 유럽 문제가 해결되면 각국 정부는 은행권 손실, 재정긴축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돌아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당분간 2000선 안팎의 박스권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0선 돌파는 오를 만큼 올랐다는 얘기"라며 "외국인 자금은 지난해 12월21일 이후 지난해 총 순매도금액(약 9조원)의 90%가 다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매수 여력이 다 떨어져간다는 의미라는 것. 유동성 랠리의 가장 큰 적이 '많이 올랐다는 것'과 '밸류에이션 부담'이라는 점에서 이번 랠리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김유리 기자 yr6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